홍명보 “분노 이해… 이제 대한민국 축구뿐”
“정몽규 나가, 홍명보 나가!”
이런 상황에서 축구협회 발표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홍 감독이 입을 열었다. “팬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던 홍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선두였던 울산은 이 경기 후 3위까지 밀려났다.
홍 감독은 가장 먼저 짧은 시간에 입장이 바뀐 이유에 대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어려운 시기가 2014년이었고, 그 이후로 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며 “2월부터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난도질 당하는 것 같아 정말 괴로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 앞에서 두 시간 기다린 이임생 축구협회 이사를 만나 축구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뒤 고민했다”며 “불확실성이 두려웠지만 축구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라는 승리욕이 생겼다. 이제 홍명보에게 남은 건 대한민국 축구 뿐”이라고 강조했다.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팀 출신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이 내부에서 본 홍 감독 선임 과정 문제를 폭로했다. 이에 축구협회는 “박 위원 언행이 규정상 어긋난 부분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해 필요한(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박 위원이 비밀유지 서약도 위반한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홍 감독 역시 “박 위원이 열심히 했지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불편하겟지만 각자 의견이 존중 받아야 하고 이런 일들이 축구계에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가 진화에 나섰지만 화를 키운 꼴이 됐다. 이영표 강원FC 전 대표 역시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가 여러 가지 행정적인 실수를 했고,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 되는 것”이라며 “축구협회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천수 역시 “실망 포인트는 축구협회가 잘 하고 있는 리그 감독과 접촉한 것”이라며 “능력 없는 사람들이 물러서지 않고 자리만 차지한 결과 축구협회는 시스템 없는 곳이 됐다”고 비판했다.
울산=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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