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현장인터뷰] '대표팀 부임' 홍명보 감독, "나를 버리고 한국축구를 선택...힘들었던 2014년 이후 도전에 대한 승부욕 생겼다" (전문)
[마이데일리 = 울산 최병진 기자]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 복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울산은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펼쳐진 광주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에서 0-1로 패했다. 울산은 1무 2패로 3경기 무승의 늪에 빠졌고 광주전 4연패를 당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홍 감독이 내정됐다고 발표했다. 홍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비판 여론은 거셌다. 시즌 중 이탈로 대한축구협회와 홍 감독을 향한 비난이 계속됐다. 이날 경기에서도 울산 팬들은 “홍명보 나가” 콜과 함께 비판 걸개로 분노를 표출했다.
경기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한 홍 감독은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를 지키고 싶었지만 스스로 버리기로 했고 이제 한국 축구밖에 없다”고 했다.
< 홍명보 감독 일문일답 >
- 경기 소감
홍 감독은 “결과를 얻지 못해서 아쉽다. 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대표팀 감독 부임 배경
일단은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다. 당시에 힘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10년 동안 어려운 시기도 있었고 울산에서 3년 동안 좋은 시가도 있었다. 10년 전 삶의 무게를 내려놓아 홀가분하기도 했다. 2월부터 제 의도와 상관없이 전력강화위원회, 축구협회, 언론에서 나왔는데 정말 괴로웠다.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 7월 5일에 이임생 위원장이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고 그때 처음 만나서 저한테 MIK(Made In Korea)라는 기술 철학을 말씀하셨다. 협회가 MIK를 발표할 때 내용을 알고 있었다. 이전에 행정을 하면서 그 일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무리 짓고 나오지 못했다. 축구대표팀에서 연령별과의 연계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정은 한계가 있다. 결국 실행을 해야 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이 임무를 맡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대표 감독이 하는 게 가장 맞다고 생각한다. 다른 후보와의 논의가 잘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부탁을 하는 상황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를 했다. 밤새도록 고민을 했다. 솔직히 두려웠다.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 두려웠고 그 안으로 또 들어간다는 것에 답을 내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왔다. 스스로 질문을 했다. 어떻게 보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기기도 했다. 정말로 새롭게 팀을 만들어서 강한 팀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저를 지키고 싶었지만 스스로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 K리그 감독을 내줄 수밖에 없는 협회 규정에 대해서는?
지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도 달라졌고 이전같이 K리그 감독들을 구속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시스템에 대해서는?
저는 그 부분에 대해 알 수 없다. 저를 만나자고 했고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물어보니 전강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만난 거다.
- 2014년과 지금 감독 홍명보의 다른 점은?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했고 지도자로서 시작하는 입장이 컸다. 10년 전보다는 K리그 경험도 많이 하고 지도자로서 좋았던 시간이다.
- 대표팀에 대한 평가는?
좋은 선수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모두가 알겠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재능을 어디에 올려두냐는 것이다. 헌신이나 희생 위에 올린다면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기주의라면 재능은 발휘되지 못할 것이다. 좋은 선수들도 많이 있지만 얼마나 신뢰를 쌓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 박주호의 발언에 대한 생각은?
영상을 봤다. 개인적인 생각은 박주호 위원이 전강위 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들이 우리 축구계에 더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의견이 있다. 불편하게 들을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포용을 해서 더 나은 한국 축구를 위해 발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울산팬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그동안 너무 좋았다. 언젠가는 떠날 시기가 오겠지만 이런 작별을 원치는 않았다. 울산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드릴 말씀이 없다. 울산을 선택했을 때 스스로를 위한 결정이었다. 울산에 있으면서 선수단, 팬들, 축구만 생각하면서 보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까지 받던 응원이 야유가 됐는데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 다시 한번 울산 팬들과 처용전사에게 사과의 말씀드리겠다.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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