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VIP 발언’ 실체 ‘임성근 구명’ 사실관계 파악 나서

구민기 기자 2024. 7. 1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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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사단장(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B 씨(대통령경호처 근무)한테 전화 왔더라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이모 씨(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지난해 8월 9일 변호사 A 씨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그 사단장(임 전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고 하자 마치 자신이 대통령을 접촉해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한 것이다. 당시는 해병대 수사단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특정하고 경찰에 이첩하자 국방부가 이를 회수해오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던 시점이었다.

● “VIP한테 얘기할 테니 사표내지 마라”

A 씨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이 씨의 말이 녹음된 통화 녹음파일을 제출했다. 이 씨와 A·B 씨 모두 해병대 출신으로 임 전 사단장과의 해병대 출신 골프모임을 추진하던 카카오톡방 멤버였다.

10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이XX(임 전 사단장) 사표낸다고 그래 가지고 내가 못하게 했거든”이라며 “내가 VIP한테 얘기할테니까 사표내지 마라. 왜냐하면 아마 내년 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거거든”이라며 “원래 그거 (임 전 사단장을) 별 3개(로) 달아주려고 했던 거잖아”라고도 했다. 이 씨는 올해 3월 4일 통화에선 A 씨가 “(임 전 사단장이) 법적인 걸 떠나서 도의적으로라도 물러났었어야죠”라고 하자 “그러니까 쓸데없이 내가 거기 개입이 돼가지고 사표 낸다고 그럴 때 내라 그럴 걸”이라는 말도 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1심에서 이 씨는 지난해 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재판부는 이 씨를 ‘컨트롤타워’로 지목한 바 있다.

채 상병 순직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는 녹음파일을 토대로 이 씨가 구명 로비를 실제 벌였는지 등을 검증하고 있다. 공수처는 그동안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왔지만, 대통령실이 ‘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동기에 대한 수사는 미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VIP는 해병대 사령관”

이 씨는 1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A 씨가 (녹음파일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씨는 “(‘VIP’ 언급이) 마치 내가 한 이야기처럼 보도가 됐는데 같은 (카카오톡)방에 있던 B 씨와 통화한 것을 A 씨에게 전달한 것 뿐”이라고 했다.

이 씨는 특히 A 씨가 지난해 ‘VIP’, 도이치모터스 등을 먼저 언급하며 자신에게 접근했다면서 “내가 도이치 사건과 얽혀 있지만 않았어도 A 씨가 이런 식으로 저에 대해 모함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또 ‘VIP’ 역시 B 씨가 언급한 말을 옮긴 것이며 대통령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B 씨가 평소에도 김 사령관을 VIP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 측도 이날 동아일보에 “구명 로비설은 제가 사의를 표명한 일시 등 시간 정보와 객관적 사실관계, 정황들이 전혀 일치하지 않으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야권은 총공세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가조작 공범이 구명로비 창구로 삼았을 대상이 김건희 여사일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라며 “사건의 몸통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라는 자백이자 스모킹 건”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본인도 구명 운동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 않았냐”며 “이 씨라는 분이 허풍을 떤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사실관계도 정확히 알 수 없고,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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