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나가” ‘피노키홍’…응원 아닌 야유 쏟아진 그라운드
축구대표팀 감독 내정 후 첫 경기
‘거짓말쟁이’ ‘최악’ 비판 걸개 등장
흔들린 울산, 광주에 0 대 1 패배
홍 감독 “팬들 마음 충분히 이해
날 버렸다…이제 대한민국 축구뿐”
프로축구 울산 HD가 호랑이굴(울산문수구장의 애칭)로 광주FC를 불러들인 10일. 경기 시작을 앞두고 양측 선수단이 소개되는 순서에 평소와는 사뭇 다른 장면이 나왔다. 홈팬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아야 하는 홍명보 울산 감독(55)의 이름이 불리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진 것이다.
홍 감독이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팬들의 비난 여론이 컸다. 홍 감독은 협회와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이 열리는 2027년까지 대표팀을 이끄는 계약을 맺었으나 이사회 추인 과정이 남은 내정자 신분이다.
홍 감독은 지난 2월 대표팀 감독 부임설이 나올 때마다 선을 그어왔다. 지난달 30일에는 대표팀행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표류하고 있는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입장을 갑작스럽게 바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소식에 팬들이 들끓었다.
팬들은 “정몽규(대한축구협회장) 나가” “홍명보 나가”를 외쳤다. 또 울산 서포터스인 ‘처용전사’ 응원석에는 ‘피노키홍’ ‘축협 위한 MB(홍명보 감독)의 통 큰 수락’ ‘거짓말쟁이 런명보’ ‘축협의 개 MB’ ‘우리가 본 감독 중 최악’ ‘아마노홍’ 등 거친 문구가 담긴 걸개도 내걸렸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국가대표 관련 언급을 삼간 채 울산 감독으로서의 입장에만 집중하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분들의 감정이 맞을 것”이라고 팬들의 비판을 각오했다. 평소 그라운드에서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하던 홍 감독은 이날만큼은 벤치에 앉은 채 경기를 지켜보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흔들린 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은 선수들에게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응원에 나섰지만 90분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 0-0이던 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광주 이희균의 날카로운 침투 플레이에 이은 오른발 슛에 선제골을 내줬고, 이 골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다른 문제로 큰 관심이 쏟아진 이 경기를 앞두고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한 광주 이정효 감독의 바람이 그대로 실현됐다.
울산은 이날 패배로 광주와의 악연을 재확인했다. 지난 2년간 우승컵을 독차지한 울산은 거짓말처럼 광주만 만나면 작아졌다. 광주전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내심 울산을 떠나기 전 1위를 되찾고 싶었던 홍 감독의 계산도 틀어졌다.
승점 39점에서 멈춘 울산은 라이벌인 포항 스틸러스(승점 41점)가 이날 강원FC를 2-0으로 따돌리면서 김천상무(승점 40점)에 이은 3위로 밀려났다.
홍 감독은 경기 뒤 “(제안을 받고) 밤새 고민했고 솔직히 두려웠다”고 한 뒤 “결과적으로 날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날 버렸고, 난 이제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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