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비 붙이고, 무늬 새기고, 금가루 뿌리고…옻칠 위에 피어난 한·중·일 문화

도재기 기자 2024. 7. 1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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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삼색-동아시아의 칠기’전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나전 대모 칠 국화·넝쿨무늬 합’(12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0여점씩 출품…46점 공동 전시
14~19세기 칠공예 특징 드러나
국립중앙박물관, 9월22일까지

옻나무의 수액인 옻(옻칠)을 활용한 칠기(漆器), 칠공예는 세계적으로 동아시아의 고유한 문화다. 특히 한국과 중국·일본에서 발달했다. 발굴된 유물로 볼 때 그 역사는 신석기 시대에 시작돼 무려 8000여년에 이른다.

한국과 일본·중국은 옻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역사적으로 저마다 독특한 옻칠문화를 이룩했다. 서로 다른 취향, 미적 감각, 기법, 독창성으로 무늬 장식이나 형태, 색감 등에서 각국 고유의 조형미를 드러내는 것이다.

3개국 대표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중국 국가박물관의 공동 특별전 ‘三國三色(삼국삼색)-동아시아의 칠기’가 10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막을 올렸다.

세 나라의 칠공예품 특징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2012년부터 2년마다 공통 주제를 정해 각국을 돌아가며 선보이는 특별전이기도 하다.

이번 특별전에는 각국에서 10여점씩 출품해 모두 46건의 칠기를 나라별로 구획된 공간에서 전시한다. 각 박물관이 소장한 14~19세기의 칠공예품들이다. 한국사로 보면 고려 말~조선 말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이다. 출품작의 시대를 제한하다보니 수천년에 이르는 유구한 칠기문화 전반을 살펴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특유의 화려함, 세밀하고 정교한 표현 등 각국 칠공예 특징은 감상할 수 있다.

삼국의 칠공예는 옻칠 후 표면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기법에서 특징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경우 붙이고, 일본은 뿌리고, 중국은 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 칠기는 나전칠기이고, 그 장식의 핵심은 나전이다. 옻칠과 더불어 전복·소라·진주조개껍데기 등 나전(자재)이나 바다거북 등딱지(대모)를 세심하게 가공해 표면에 붙여 장식한다.

중국의 대표 칠기는 조칠기(彫漆器)다. 단색이나 여러 색의 옻을 겹겹이 칠한 후에 섬세하게 무늬를 조각하듯 새겨 장식한다. 일본을 상징하는 칠기는 마키에(蒔繪)칠기로, 옻칠을 한 표면에 금이나 은가루를 뿌려 장식한다.

전시장에서는 고려 나전칠기 2점, 조선 후기 나전칠기들을 만날 수 있다.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상자’(보물)는 고려 후기 불경을 보관하던 상자다. 이런 형태의 나전 경전함은 세계적으로 6점만 남아 있다.

중국 전시공간에는 조칠 기법의 다양한 칠기들이 나왔다. 붉은색·검은색 옻칠을 번갈아 수백번까지 한 후 조각한 척서 기법, 붉은색 칠을 여러 번 하고 조각한 척홍 기법, 다양한 색깔을 겹쳐 칠한 후 조각하는 척채 기법 등의 공예품들이다.

일본 칠기는 마키에 기법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기법, 종류의 칠기들이 나왔다. ‘마키에 칠 연못무늬 경전상자’는 옻칠 후 상자 전체에 금가루를 뿌려 장식한 칠기다. 뚜껑은 금가루를 뿌리고 다시 옻칠을 해 갈아내는 도기다시 기법으로 연못을 표현하는 등 15세기 무로마치 시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9월22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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