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고작 36%
“정부 산정치 너무 낮고 방식 불투명…부동산 부자·재벌만 혜택”
서울 시내 1000억원 이상 고가 빌딩들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정부 발표치와 30%가량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시지가가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건물주들이 보유세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0일 최근 4년간(2020~2023년) 실거래가 1000억원이 넘는 서울 지역 빌딩 거래내역 97건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실거래 빌딩의 거래금액은 총 27조809억원이다. 이 중 건물값에 해당하는 가표준액은 3조3397억원이며 토지가격은 23조7412억원이다. 반면 빌딩들의 공시지가는 8조6266억원으로 전체 토지가격의 약 36.3%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1000억원 이상으로 거래된 빌딩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정부 발표치와 매년 30%가량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연도별 전국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2020년 65.5%, 2021년 68.6%, 2022년 71.6%, 2023년 65.5%였다. 반면 경실련이 계산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2020년 36%, 2021년 36%, 2022년 38%, 2023년 35%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러한 차이는 ‘시세’를 무엇으로 보느냐에서 비롯됐다. 경실련은 실제 거래된 가격(실거래가)을 시세로 본 반면, 정부는 자체 추정한 거래가능가격을 시세로 계산한다.
경실련은 “정부가 산정한 시세는 실거래가와 차이가 많이 나고, 산정 방식도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과 서울이라는 지역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현행 공시지가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빌딩을 보유한 부동산 부자, 재벌들은 큰 세금 혜택을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폐지하고, 땅에 대한 공시지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 이상으로 올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세금 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거래금액에서 시가표준액을 차감해 토지가격을 추산하는 방식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시지가 산정방식과 다르다”며 “국토부는 공시지가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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