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한국 '반페미니즘' 확산에 주목... "여초사회·남성 역차별 주장 왜?"

이현주 2024. 7. 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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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력 언론들이 국내에서 퍼지고 있는 반(反)페미니즘 현상을 잇따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와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성평등 지표가 다른 국가보다 매우 낮은 수준인데도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을 자세히 분석했다.

이 매체는 그러나 남성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성평등 정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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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원 '여초사회-남성자살' 연관 논란
BBC "비과학적인 정치적 주장"이라며 비판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반페미니즘 현상 분석
"성평등 시대라지만 유리천장 지수 최악"
영국 공영방송 BBC가 10일 ''늘어나는 남성 자살을 여성 탓으로 돌린 한국 정치인'이란 제목으로, "여초사회가 남성 투신 시도 증가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펼친 김기덕 서울시의원 관련 논란을 다뤘다. BBC 홈페이지 캡처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반(反)페미니즘 운동이 급증하고 있다. 이 남성들은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인해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했고 환멸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영국 BBC '늘어나는 남성 자살을 여성 탓으로 돌린 한국 정치인' 보도 본문 중

영국 유력 언론들이 국내에서 퍼지고 있는 반(反)페미니즘 현상을 잇따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와 경제 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성평등 지표가 다른 국가보다 매우 낮은 수준인데도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을 자세히 분석했다.

BBC는 10일(한국시간) '늘어나는 남성 자살을 여성 탓으로 돌린 한국 정치인'이란 제목의 기사(바로보기)에서, 최근 김기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남성 투신 자살 증가를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연관 지어 논란을 일으킨 사건을 소개했다. 김 의원은 최근 한강 교량 투신 자살시도 통계를 다룬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여성 (인구) 증가에 따라 남성 노동력 부족, 결혼 상대를 구하기 어려운 남성의 증가로 인한 결혼 시장의 변화, 여성의 사회 참여로 인한 남녀 역할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남성 자살시도 증가의 일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연관기사
• "'여초사회'가 남성 투신 시도 증가 원인"이라는 서울시의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715550002328)
게티이미지뱅크

BBC "김기덕 의원 발언, 비과학적이고 기이해"

BBC는 "김 의원의 발언은 정신질환, 성폭력, 세계 최저 출산율 등 한국의 가장 시급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며 제시된 몇몇 비과학적이고 기이한 정치적 주장을 이은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비과학적 주장의 사례로 최근 서울시가 저출생 현상 극복을 위해 케겔 운동을 기획한 것이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여아 1년 조기 입학을 제안해 비판을 받은 일 등을 언급했다.

이어 "충분한 증거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하다"는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견해를 전했다. '한국 사회가 여초사회로 변화했다'라는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남성과 여성 정규직 종사자 규모에 상당한 격차가 있으며, 여성은 임시직이나 시간제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별 임금격차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29%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평등 느끼는 남성들...저출생에도 영향"

이코노미스트도 지난달 27일 '아시아의 비자발적 독신주의자와 반페미니스트'라는 제목의 기사(바로보기)를 통해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 권리 향상에 불만을 가지는 배경을 자세히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동아시아 남성들은 여성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직업을 놓고 경쟁하며, 아기를 갖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나 고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남성들의 반발을 자극하고 있다고 봤다. '학교나 직장에서 뛰어난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거나, '성평등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느끼는 남성들의 감정도 전했다. 또 과거 아버지 세대에 비해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으며, 온라인상에서 여성을 향한 분노가 증폭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일부 정치인들이 이 같은 혐오 정서에 편승하는 현상도 함께 지적했다. 이런 정서가 젊은 남성과 여성이 연애를 기피하게 만들고,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이 매체는 그러나 남성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성평등 정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을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한국은 29개 선진국의 여성 친화적인 근무 환경을 측정하는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면서 "대부분 부유한 국가들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은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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