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메웠더니…돌아온 건 ‘적자에 임금 체불’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등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오늘(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위기에 처한 공공병원을 살려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로 공공병원의 역할은 더 커졌습니다. 다섯 달째 주말과 휴일, 야간에도 문을 열며 환자들을 맞고 있는데, 어떤 위기에 처한 걸까요?
위기의 시작은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3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 코로나19 환자 전담했는데...환자 외면받는 병원 돼
지난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자 정부는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전국에 있는 35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습니다. 공공병원들은 감염병 외의 질환을 다루는 진료과를 축소했고, 일부는 아예 진료를 중단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서였지만, 후폭풍은 컸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뒤, 일반 환자들은 더 이상 공공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의 외래환자 수는 1년 전보다 13.9% 감소했습니다.
병상 이용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전국 지방의료원의 병상 이용률은 42.9%. 코로나19 이전인 2017년~2019년 3년 동안의 평균 병상 이용률 81%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입니다.
환자 수와 병상 이용률 감소는 자연스럽게 공공병원의 적자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35개 지방의료원의 적자 규모는 3,156억 원.
지난 2019년엔 35개 의료원 중 17곳이 흑자였지만 지난해엔 1곳을 제외한 나머지 34개 의료원이 모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 코로나19 유행 땐 영웅이라더니…지금은 임금 체불
공공병원의 재정난은 고스란히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했습니다. 병원 경영 악화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체불 되기 시작한 겁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최희선 전국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병원이 적자라는 이유로 상여금과 연차 수당 등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기 울면서 일했던 우리 공공병원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느냐"고 호소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당시 공공병원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큰 역할을 했음에도 감염병 유행이 끝나자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말합니다.
정민경 전국보건의료노조 천안의료원 지부장은 "정부가 치켜세우던 '코로나 영웅'들은 이제 임금 체불 상황에 놓여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정 지부장은 "지난해 말 감염병 전담병원 노조 지부장들이 18일간 단식을 하며 천안의료원은 16억 원의 경영혁신지원금을 확보했지만 8억 원의 국비만 받았고 그마저도 의사들의 월급을 충당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동자들은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하며 진료과를 축소한 이후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진료과를 줄이며 의사 인력이 부족해지고, 의사가 없으니 환자가 오지 않고, 환자가 없으니 병원이 어려워지고, 병원이 재정난에 시달리며 노동자들은 임금조차 제대로 못 받게 됐다는 겁니다.
■ '의료공백' 후 적자 폭 눈덩이…"진료시간 늘려도 환자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후 더 악화됐습니다.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 1만여 명이 집단 이탈하자, 이번에도 공공병원에 의료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지난 2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며 모든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진료 시간을 연장하고 주말과 휴일 진료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코로나19 이후 기능이 축소된 공공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최 위원장은 "진료 시간을 늘려도 병원엔 환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수당은 수당대로 나가 공공병원의 적자 폭은 더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 "공공병원 정상화하고 공공의료 강화하라"…정부 "방향성 공감"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이제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병원 기능 강화에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정부는 현재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증원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중요한 공공의료 대한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를 향해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올바른 의료개혁을 추진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공공의료 강화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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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 기자 (h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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