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안세영, 그랜드슬램 향해 ‘낭만 스매시’ 날린다

장필수 기자 2024. 7. 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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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재능, 포기하지 않는 집념, 반드시 넘어야 하는 숙적.

안세영은 "최악의 상황들을 최악의 몸 상태로 뛰어넘었기 때문에 파리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몸 상태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고 했다.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의 가장 중요한 퍼즐인 올림픽 포디움만 남겨두고 있는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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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2024, 우리가 간다]
안세영이 지난 6월25일 오후 충북 진천 대한체육회 진천선수촌 오륜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모의 경기에서 상대 서브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타고난 재능, 포기하지 않는 집념, 반드시 넘어야 하는 숙적.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재능과 피나는 노력을 바탕으로 결승에서 맞수를 만나 끝내 승리하는 드라마가 파리올림픽에서 펼쳐질 수도 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 1위, 금메달을 노리고 출전하는 안세영이 이 서사의 주인공이다.

“파리에서 낭만 있게 끝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안세영은 올림픽 출전 각오를 묻는 말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좋은 성적”, “금메달” 등을 언급하는 보통 선수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는 “트레이너 선생님이 부상 당한 저를 일깨워주기 위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항상 운동할 때 설레기 시작하고, 운동이 끝났을 때 정말 잘 끝냈다고 생각이 들면 그 하루도 낭만 있게 잘 산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큰 대회를 앞두고 필요한 건 기교나 기술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배드민턴 동호인인 아버지를 따라 라켓을 잡은 안세영은 일찌감치 국내에선 적수가 없었다. 복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체력 부담이 극심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경기를 따낸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코치진 중 한 명은 “여자 단식에서 선수가 코트에서 뛰는 거리가 10㎞에 육박한다. 그래서 경기 후반부는 무조건 체력 싸움이다. 세영이는 이 부분에서 탁월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숙적 천위페이(중국)를 만나 승리한 결승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천위페이는 1∼2세트에서 안세영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마지막 3세트에서 체력이 떨어지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야말로 투혼이 만들어낸 승리였다.

다만,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얻은 무릎 부상은 한동안 안세영을 괴롭혔다. 1월 인도오픈에서는 허벅지 근육 부상까지 겹쳐 8강전을 기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전담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꾸준히 재활하면서 올림픽 전초전 성격인 싱가포르오픈과 인도네시아오픈에서 결승까지 진출했다. 안세영은 싱가포르에서는 우승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천위페이에게 졌다. “두 대회를 통해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할지 알고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천위페이 선수 또한 저와 붙고 싶었다고 (제게)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두 선수 간 대결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이벌전으로 꼽힌다.

안세영이 지난 3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에 입맞춤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대진표도 절묘하다. 안세영은 올림픽 랭킹 포인트에서 1위를 얻어 올림픽 1번 시드를, 천위페이는 2번 시드를 배정받았다. 두 선수는 결승전에서만 만난다. 2020 도쿄 대회(2021년 개최) 당시 배드민턴 선수 중 최연소 선수(19살)로 출전했던 안세영은 1번 시드였던 천위페이를 8강에서 만나 패했다. 3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안세영은 성장했고, 이제 강력한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숙적과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안세영은 “최악의 상황들을 최악의 몸 상태로 뛰어넘었기 때문에 파리올림픽에서는 더 좋은 몸 상태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고 했다.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의 가장 중요한 퍼즐인 올림픽 포디움만 남겨두고 있는 안세영.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여자 단식 올림픽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대회(방수현)가 마지막이었다. 안세영의 파리 복수혈전이 임박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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