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침수된 대전 서구 정뱅이마을…"올해 농사 어쩌나"

이태희 기자 2024. 7. 1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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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이 망가진 건 기본이고, 저장 창고에 쌓아둔 농작물까지 싹 다 망가졌어요. 아이고 어떡하면 좋나."

전날부터 누적 강수량 144㎜의 폭우가 내려 마을이 송두리째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대전 서구와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대전 서구 용촌동 주민으로부터 마을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 주민 30여 명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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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30여 명 4시간 만에 구조…10일 정오 기준 47명 기성복지관 대피
주민들, 새벽부터 물 차올라 신속히 대피…"대피 방송 동시에 물 차올라"
일부 주민은 소강 상태 접어든 용촌동 찾아…"온통 뻘밭, 농작물 피해 극심"
10일 정오 대전 서구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 3층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 이태희 기자

"농작물이 망가진 건 기본이고, 저장 창고에 쌓아둔 농작물까지 싹 다 망가졌어요. 아이고 어떡하면 좋나…."

전날부터 누적 강수량 144㎜의 폭우가 내려 마을이 송두리째 잠긴 대전 서구 용촌동 정뱅이마을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10일 오전 8시 용촌동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구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고립된 마을 주민들은 소방당국의 도움에 가까스로 구조됐고, 모두 대전 서구 흑석동 기성종합복지관으로 대피했다.

기성종합복지관 3층 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엔 대한적십자사 등 자원봉사자들이 재해구호 물품을 나르고 재해 구호 쉘터를 설치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피소 한편엔 용촌동 정뱅이마을 이재민들이 격양된 표정으로 모여있었다. 이재민들은 모두 악몽 같은 침수 당시를 회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막막한 미래를 토로하기도 했다.

최 모(68) 씨는 "둑이 무너지는 순간 물이 막 쏟아졌다"며 "정말 긴박했다. 휴대전화 등 물건을 다 버린 채 몸만 빠져나왔지만, 살아 나온 게 어디냐"라고 전했다.

최 씨에 따르면 제방이 무너져 내린 건 이날 오전 4시 5분쯤이다.

마을에서 대피 방송을 듣고 집 밖으로 나오자 마을 앞 갑천 상류와 두계천 합류 지점 인근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고, 급류가 순식간에 마을을 휩쓸었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최 씨는 "물이 한순간에 집 처마까지 들이닥쳤다. 어떤 주민은 지붕 위에까지 올라가 대피했다"며 "모두 구조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 모(53) 씨는 "급격하게 물이 차오르는 와중에 옆집 강아지가 헤매고 있어서 급하게 데려왔다"며 "다른 물건은 다 두고 휴대전화만 챙겼다"고 했다.

용촌동 주민과 함께 대피한 강아지. 이태희 기자

물 폭탄은 주민들의 거처뿐만 아니라 먹거리도 뺏어갔다. 이 모(65) 씨는 "저장 창고에 3년 치 농작물이 쌓여있는데, 다 휩쓸려갔다"며 "병아리와 닭 등 키우던 가축들도 떠내려갔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용촌동 정뱅이마을 입구. 비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침수된 마을도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입구는 물이 빠져나가면서 뻘밭으로 변했다. 물에 휩쓸려온 진흙이 지상 위를 뒤덮어 한 발짝 내딛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농작물이 있었던 밭은 하나의 거대한 물웅덩이로 바뀌었고, 비닐하우스는 원래의 형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일부 이재민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와 복구 작업을 실시했으나, 끝없는 토사물에 이들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

퇴직 후 용촌동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이 모(62) 씨는 "시내에서 출퇴근하는데, 아침에 침수된 마을을 보자 심장이 철렁했다"며 "비닐하우스도 주저앉고, 작물을 건질 것도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대전 서구와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대전 서구 용촌동 주민으로부터 마을이 침수됐다는 신고가 접수, 주민 30여 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침수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구 관계자는 "용촌동 이재민은 기성종합복지관으로 대피시켰으며, 제방 복구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3시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 밭이 침수돼 있다.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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