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무대 오르는 '사직제례악'…"황제국 격에 맞춰 재편"

오보람 2024. 7. 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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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 앉아 계신 관객들도 후손으로서 함께 제사를 지낸다는 마음으로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올해 대표 공연 '사직제례악'을 연출한 이대영 중앙대 교수는 10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리허설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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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예법 따라 11∼12일 공연…"국가무형유산 지정 목표"
공연으로 만나는 '사직제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국립국악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2024년 대표공연 '사직제례악' 프레스 리허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직제례악'은 '종묘제례'와 더불어 조선 시대 왕이 직접 주관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꼽힌다. 2024.7.10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객석에 앉아 계신 관객들도 후손으로서 함께 제사를 지낸다는 마음으로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국립국악원의 올해 대표 공연 '사직제례악'을 연출한 이대영 중앙대 교수는 10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리허설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사직제례악은 조선시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社稷大祭)에 쓰인 음악과 노래, 무용이다. 사직대제는 역대 왕들의 제사를 모시는 종묘제례와 더불어 조선시대 국왕이 직접 주관한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현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종묘보다는 사직이 더 큰 의미를 가지지 않나 싶다"며 "사직대제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 풍요를 기원하는 제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직대제는 종묘제례보다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일제가 1908년 사직대제를 강압적으로 폐지하면서 80년간 명맥이 끊겼기 때문이다.

사직대제는 1988년 전주이씨대동종약원(현 사직대제보존회)에 의해 복원됐지만, 의식에 쓰이는 음악인 사직제례악은 제대로 복원되지 못했다.

국립국악원은 2014년 조선시대 사직단에 관한 사실과 제례를 담은 책인 '사직서의궤'(1783)와 일제 강점기 왕실 음악 기구였던 '이왕직아악부'의 음악 자료 등을 토대로 사직제례악을 복원해 무대를 선보였다.

이건회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은 "사직대제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사직제례악은 아직 그러질 못하고 있다"며 "우선 사직제례악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목표로 하고, 나아가 종묘제례악처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연으로 만나는 '사직제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국립국악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2024년 대표공연 '사직제례악' 프레스 리허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직제례악'은 '종묘제례'와 더불어 조선 시대 왕이 직접 주관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꼽힌다. 2024.7.10 mjkang@yna.co.kr

11∼12일 열리는 이번 '사직제례악'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의 예법에 따라 연출되는 게 특징이다.

대한제국 시기의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1898)을 바탕으로 사직대제를 재현하고 사직제례악 연주를 들려준다.

제사를 주관하는 황제는 구슬이 12개 달린 면류관을 쓰고 등장한다. 정조 시기의 예법을 따랐던 2014년 공연에선 왕이 구슬이 9개 달린 면류관을 썼다.

또 '악학궤범'(1493)을 토대로 김환중·김현곤 장인이 복원한 아악기인 관, 화, 생, 우가 등장한다.

120여 명의 장악단원·무용단원이 참여하고 천장과 바닥에 LED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규모도 커지고 화려해졌다.

2014년 공연을 총괄하고 이번 공연의 자문을 맡은 송지원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은 "모든 의례를 황제국의 격에 맞도록 재편했다"며 "더욱 위용 있는 음악을 위해 일부 선율 악기는 '대한예전' 기록보다 더 많은 수를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사직단에서 거행되던 사직대제를 좁고 밀폐된 공간인 극장에서 보여주는 만큼 연출의 한계도 따랐다. 관객은 황제와 대신들, 연주자들의 모습을 정면으로만 볼 수 있고 음식을 올리는 제단도 간소하게 차려졌다.

이 교수는 "관객과 연주자가 마주 보고 있는 서양식 극장에서 우리 전통 가무악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향후 사직단에서 공연하게 되면 많은 시민이 직접 제사에 참여하는 버라이어티한 행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 역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 것을 아끼지 않는다면 외국 사람도 저희 것을 아끼지 않는다"며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국민들께 자주 보여드리면서 보존·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제국 시기 '사직제례악' 공연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국립국악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2024년 대표공연 '사직제례악' 프레스 리허설을 선보이고 있다. '사직제례악'은 '종묘제례'와 더불어 조선 시대 왕이 직접 주관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꼽힌다. 2024.7.10 mj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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