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하늘…6명 사망·2명 실종, 도로 끊기고 교량 침하(종합3보)
고립 주민 헬기 구조에 "소 100마리 두고 갈수 없다" 버티기도
(전국=뉴스1) 최대호 남승렬 이성덕 임충식 장인수 기자 = 중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사흘째 쏟아진 비는 10일 대부분 그쳤지만 8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계속된 비에 약해진 지반 위의 도로는 무너져 내렸고, 대전의 한 교량은 교각이 침하하며 상판이 일부 낮아지기도 했다.
수마가 휩쓸고 간 마을은 쑥대밭이 됐고, 집안은 흙탕물로 뒤덮였다. 결실을 앞둔 논과 밭작물은 폭탄을 맞은 듯 쓰러져 누웠다.
◇급류 휩쓸리고, 토사에 매몰되고…'6명 사망·2명 실종'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쯤 대구 북구 조야동에서 '물에 잠긴 사람이 있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60대 남성의 부인으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배수로에 끼인 남성을 발견했지만 숨진 상태였다.
오전 10시 49분쯤 충남 금산군에선 폭우로 유실된 야산 토사가 조립식 주택을 덮쳤고, 주택 내부에 있던 60대 여성이 숨졌다.
오전 3시 57분쯤 서천군 비인면에서도 야산에서 유실된 토사가 주택을 덮쳐 집에 있던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이보다 앞선 오전 3시쯤엔 논산시 내동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 침수된 승강기 안에서 신원 미상의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충북 옥천에서는 공사 중인 보강토옹벽이 붕괴하면서 전원주택을 덮쳤고 집안에 있던 5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5시 9분쯤에는 7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 하천에 추락했다. 소방당국은 차 안에서 70대 남성을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졌다. 재난당국은 이 남성을 호우에 의한 사망자로 집계하지는 않았다.
충북 영동에서는 농막에서 홀로 거주하는 70대 남성이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날(9일) 오전 5시 10분쯤에는 경북 경산에서 40대 여성 택배기사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폭우 얼마나 심했으면…교량 상판 23㎝ 내려앉아
이번 비는 중남부지방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대전·충남 곳곳에는 도로가 파손되는 등 차량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서구 도마동과 중구 유천동을 잇는 유등교가 폭우로 침하해 교각과 상판이 23㎝가량 내려앉았다.
충남에서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파손이 잇따랐다. 이날 금산 진산면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도로 간 연결이 끊기거나 낙석이 떨어졌다. 논산에서도 도로 곳곳이 파손되면서 일부 지역 마을버스 운행이 중단됐으며 지하차도 4개소가 물에 잠겨 차량이 통제됐다.
전북에서는 학교시설 피해가 컸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오후 2시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시설물 피해가 발생한 도내 학교는 총 46개교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는 유치원 4개원, 초등학교 25개교, 중학교 12개교, 고등학교 5개교다.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장이 물에 잠기고 토사가 유입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대구 동구에서는 금호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금강동의 한 마을 주민들이 고립됐다. 소 100여마리를 사육하는 한 주민은 당국의 헬기 구조에 "전 재산인 소를 두고 갈 순 없다"며 버티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구청에 펌프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민원을 냈으나 한 번도 관심을 가져주질 않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저지대 주민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도로유실 등 공공시설 피해는 560건으로 집계됐으며 주택 침수 등 사유시설 피해는 258건 발생했다. 969헥타르에 심겨진 농작물이 침수됐고, 44헥타르 면적의 농경지가 유실 또는 매몰됐다.
◇트랙터로 차량 구조·굴삭기로 토사 제거…호우 현장 '영웅들'
이런 가운데 위기에 처한 시민을 구하고, 공무원들을 도와 현장 복구에 나선 이들도 있다.
익산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삼성동 망산마을에서 레저용(RV) 차 한 대가 폭우로 침수된 도로에 고립됐다. 당시 이 지역에는 시간당 70㎜ 이상의 비가 쏟아지며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해당 도로 일부 구간에 물이 차 있었다.
차주는 멈춰 서버린 차를 움직이지 못해, 언제 올지 모르는 견인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새벽의 어둠을 뚫고 한 남성이 무릎까지 물이 찬 도로를 첨벙첨벙 걸어들어왔다. 망산마을의 슈퍼맨으로 알려진 오경수 통장이었다.
오 통장은 주저함도 없이 차에 다가가 단단히 끈을 묶고, 자신의 트랙터로 구조작업에 나섰다. 이후에도 그는 도로 배수가 이어질 때까지 교통을 통제하는 등 공무원들을 도와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다.
이날 익산시 웅포면에서는 임낙재 의용소방대장이 법면 경사로에서 유실된 2톤가량의 토사를 자신의 굴삭기로 치우는 등 선행을 솔선수범했다. 임 대장의 선행으로 도로는 차량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말끔해졌다.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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