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마음 이해한다, 그 분들의 감정이 맞을 것” 울산 감독으로 집중한 홍명보, 팬들 비판은 수용
원치 않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팬들에 대한 배려일까.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된 홍명보 울산 HD 감독(55)은 출사표 대신 눈앞의 경기에 대해서만 입을 열었다.
홍 감독은 10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K리그1 22라운드 광주FC와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국가대표 감독 관련 질문에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철저하게 울산 감독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홍 감독은 이어 “선수들도 우려는 있었겠지만, 열심히 하자고 이야기 했고 선수들 분위기는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난 7일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홍 감독은 협회와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이 열리는 2027년까지 대표팀을 이끄는 계약을 맺었으나 이사회 추인 과정이 남은 내정자 신분이다.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는 “홍 감독이 울산을 계속 이끌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울산이 원하는 계획대로 의논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광주전이 사실상 울산 지휘봉을 잡는 마지막 경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대표팀 감독으로 옮겨가는 시기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다음 경기도 지휘해야 하지 않을까. 언제까지인지는 아직 모른다. 구단과 상의해봐야 한다”며 “주말 경기까지는 하고 싶은데,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이 이날 울산 사령탑으로 정체성을 강조한 것은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월부터 대표팀 감독 부임설이 나돌 때마다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 지난달 30일에는 대표팀행에 대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을 뿐만 아니라 표류하고 있는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대해 협회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랬던 홍 감독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기에 팬들의 반응은 차갑기 짝이 없다. 울산 구단은 김광국 대표이사 명의로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간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것”이라며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가 아니다. 우리 구단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팬들을 달랬으나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홍 감독은 팬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분들의 감정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 서포터인 ‘처용전사’는 협회가 홍 감독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고,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처용전사가 응원하는 서포터석에선 ‘피노키홍’이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내걸려 홍 감독의 거짓말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만 울산 팬들이 무조건 홍 감독을 비판만 한 것은 아니다. 경기를 앞두고 홍 감독을 맞이한 팬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해 깊은 애증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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