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에 전북 하천 제방 무너지고 곳곳 산사태(종합2보)
군산 곳곳서 산사태·침수…'시간당 146㎜' 어청도 주민 망연자실
둔치주차장·언더패스 등 통제…지자체장들 "신속하게 응급 복구"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전북에 억수같이 쏟아붓던 장맛비는 10일 오후 들어 잦아들었으나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이날 새벽 굵은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된 후로 도로가 유실되고, 하천 제방이 무너지고, 산사태로 주민이 대피하는 등의 피해가 속속 접수됐다.
주민과 지자체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응급 복구를 시작했고 단체장들은 피해 현장을 찾아 지체 없는 피해 복구를 약속했다.
무너지고 잠기고 쓰러지고…주민 271명 대피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북특별자치도에 접수된 피해는 주택 침수 99건, 주택 반파 1건, 농작물 침수 945.8㏊, 가축(닭·소·오리 등) 폐사 12만6천890마리 등이다.
주택 침수와 농작물 침수가 크게 늘었고 가축 폐사도 추가됐다.
공공시설은 하천 제방 유실 9건, 토사 유실 8건, 상하수도 파손·도로 유실 각 2건, 저수지 사면 유실 1건, 교량 교각 유실 1건이었다.
대피 인원은 군산, 익산, 완주, 진안 등 4개 시·군의 122세대 27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8명은 귀가했다고 도는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 접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도는 예상했다.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이날 오전 4시 11분께 운주행정복지센터 인근 장선천의 범람으로 운주면과 경천면 일대 마을이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구조 인력을 투입해 건물 옥상 등에 대피해 있던 주민 18명을 순차적으로 구조했다.
구조대원들은 한쪽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편마비' 증상의 주민을 고무통에 태워 뭍으로 옮기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구조 과정에서 연락이 끊겼던 주민들도 가족과 전화가 닿았다.
구조된 주민 대부분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장선천이 흐르는 인근 엄목마을에서는 제방 유실로 농막으로 쓰이던 컨테이너가 넘어지고 전봇대가 쓰러져 불안감이 확산하기도 했다.
운주행정복지센터, 운주파출소, 운주동부교회 등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창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한숨을 뱉어냈다.
운동장과 교실이 물에 잠기고 담장이 일부 쓸려나간 운주초와 운주중은 이날 휴업하기로 했다.
군산 지역 피해도 컸다.
이날 새벽 성산면 야산의 토사가 주변 빌라로 밀물처럼 유입돼 주민 22명이 경비실로 긴급 대피했다.
나운동의 한 아파트 주민 26명도 산사태 우려로 지인의 집이나 행정복지센터로 겨우 몸을 피했다.
야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는 이 아파트 앞 도로까지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동, 나운동, 월명동 등 군산 도심의 상가, 주택, 주차장에도 물이 들어차 진흙 범벅이 됐다.
주민들은 유입된 물을 바깥으로 퍼내면서 세간살이를 하나둘 건져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시간당 146㎜)가 내린 어청도에서도 15가구가량이 물에 잠겨 주민들이 망연자실했다.
이장 김성래(70)씨는 "어제부터 온종일 비가 오더니 오늘 새벽 내내 장대비를 퍼부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복구는 언제쯤?…응급 복구 먼저 시작한 주민·지자체
망연자실도 잠시, 주민과 지자체는 힘을 모아 응급 복구에 나섰다.
마을이 고립되고 하천 제방이 무너진 완주에서는 굴착기가 엿가락처럼 휘어진 비닐하우스 뼈대를 도로 한쪽으로 치우느라 바빴다.
하천에 빠진 비닐하우스 잔해도 뭍으로 끄집어내 복구에 속도를 냈다.
다만 아직 빗물이 채 빠지지 않은 주택, 비닐하우스가 많아 예전 모습을 되찾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너진 장선천 제방 사이로 쏟아져 나온 물이 논밭, 마을로 유입되는 바람에 복구 작업의 더디고 여의찮은 상황이다.
완주 읍면동은 가능한 모든 중장비를 동원해 주민의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완주군 관계자는 "중장비 업체와 계약을 맺고 품의를 올리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자연 재난이 발생하면 가용한 동네 중장비를 먼저 동원해 응급 복구를 시작한다"며 "일단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복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 성산면의 한 빌라에서도 굴착기가 야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를 연신 퍼 나르느라 분주했다.
피해를 수습하는 데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만 일단 동원할 수 있는 중장비를 배치한 것이다.
군산시 산림과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도 침수 피해를 본 군산 시내의 상가, 주택 등에서 양수기로 물을 빼고 있다.
군산시 관계자는 "비가 잦아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막 응급 복구를 시작한 단계"라며 "자원봉사자들과 협업해 복구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차량, 보행자 통행이 원활하도록 길을 열고 물을 빼는 수준의 응급 복구에서 나아가 제대로 된 복구를 시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시·군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계획수립 편람'에 따라 피해 현황을 모두 파악한 뒤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하게 된다.
이후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가 합동으로 현장 실사를 나오고 그 이후에나 복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피해 현장 달려간 단체장들…"복구 최선 다하라"
김관영 도지사는 주민들이 대피한 완주군 운주행정복지센터와 장선천, 군산 경포천 배수펌프장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현장을 둘러본 그는 직원들에게 "응급 복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라"며 "인명을 보호하고 재산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긴장을 끈을 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유희태 완주군수도 이날 새벽 현장을 점검한 뒤 군청에 복귀해 '총력 복구'를 지시했다.
그는 "주민들이 상심하지 않도록 피해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올여름 잦은 호우가 예상되는 만큼 주민들은 재난 문자를 꼭 확인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헌율 익산시장 역시 웅포면 침수 피해 농장과 저수지 범람 상황을 확인했고, 강임준 군산시장도 산사태가 발생한 성산면을 찾아 주민을 위로하고 추가 피해 예방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전북도는 이날 새벽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3단계로 격상,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는 이날 새벽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3단계로 격상,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주, 장수의 둔치주차장 5곳과 지하차도 2곳, 국립·도립·군립공원 탐방로 12곳, 30개 하천의 산책로 43개 구간, 아래차로(언더패스) 6곳을 통제됐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익산 함라 264㎜, 군산 209.5㎜, 완주 169.2㎜, 진안 주천 154.5㎜, 무주 덕유산 133㎜, 전주 72.9㎜, 장수 58.5㎜, 순창 복흥 45.5㎜ 등이다.
도내에 내려졌던 호우 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비는 이날 5∼40㎜ 더 내릴 것으로 기상지청은 내다봤다.
오는 11일에는 내륙을 중심으로 5∼60㎜의 소나기가 예보돼 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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