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인구전략기획부, 의문이다

파이낸셜뉴스 2024. 7.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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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부총리급 인구부가 탄생할 전망이다. 반면 구체적 정책과 사업은 여전히 각 부처에서 맡는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에 저출생수석이 신설된다. 인구부가 출범하면 현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체제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지나.

첫째, 정책조정 기능이 저고위에서 인구부로 이관된다. 조정기능의 책임자가 대통령에서 부총리급으로 격하되는 셈이다. 그간 저고위의 조정기능이 미흡했다면 그 이유는 대통령실의 낮은 관심 탓이다. 저출생수석이 신설되면 나아질 것이다. 따라서 수석만 신설한다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재의 저고위가 인구부보다는 정책조정 역량이 높지 않을까 한다.

둘째, 저출생 관련 예산의 배분·조정권이 현재의 기획재정부로부터 인구부로 이관된다. 두 부처의 관계는 연구개발 예산에서 유추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 초안을 만들어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하면 기재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예산편성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결국 인구부가 검토할 저출생 예산의 범위, 기재부의 수정가능 조건 등이 관건이다.

그러나 예산의 배분·조정에서 인구부가 과기부만큼의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먼저 저출생 예산은 연구개발 예산에 비해 그 범위가 모호하다.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은 사업의 대부분이 저출생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기재부는 타 부처의 전문성 우위를 과학기술 분야에선 인정할 수 있으나 인구 분야에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구부가 효과 낮은 예산을 걸러 내는 역할을 한다면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업 효과 분석은 연구를 필요로 한다. 이렇게 보면 저출생 예산의 배분·조정권을 인구부로 이관하는 것보다는 저고위의 인구 관련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이를 기재부의 예산편성과 연계하는 것이 예산의 총괄 관점에서 낫다고 본다.

셋째,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인구계획)의 수립 주체가 바뀐다. 지금은 복지부가 초안을 작성해 저고위 및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후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확정한다. 앞으로는 인구부가 복지부 역할을 대신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고위는 인구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구위기대응위원회로 바뀐다. 그 결과 지금은 계획수립 주체(복지부)와 심의자(저고위)가 분리되어 있지만 앞으론 인구부가 중심이 되어 계획을 수립하고 심의하게 된다. 계획수립 기관은 계획의 성과를 좋게 포장할 유인이 있다. 더구나 인구부는 예산배분에도 관여하게 된다. 지금의 저고위에 비해 인구부는 인구계획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넷째, 인구부가 출범하면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저고위 부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부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면 더 확실하다.

다섯째, 저출산 관련 법의 소관이 복지부에서 인구부로 바뀌게 된다. 현재 저고위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이므로 법률을 소관할 수 없다. 그러나 부위원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하면 가능하다고 사료된다. 저고위가 사실상 법률을 소관토록 운영할 수도 있다. 1998년의 기획예산위원회도 당시 재정경제부를 통해 실질적 소관 법률안을 통과시키곤 했다. 여섯째, 저고위 부위원장은 비상임이나 인구부 장관은 상임이다. 앞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상임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인구부 신설이 최선의 개편안인지 의문이다. 현재의 저고위 부위원장을 상임화하면서 대통령실 수석을 신설하고, 관련 법률과 계획의 주관을 저고위로 바꾸면서 인구 관련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된다. 인구부를 만들려면 여성부 등 타 부처의 집행기능을 끌어오는 것이 맞다. 총괄조정 기능만 수행하는 기구로는 저고위가 정답이다. 저고위를 존치하고 기능을 강화하자.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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