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막자" "부품 못받아 스톱"… 삼성·현대차 ‘파업 리스크’
생산차질 제보받으며 노골적 유도
현대차·기아, 공장 중단 사태 발생
부품 자회사 파업 참여로 생산 차질
■생산차질 제보받는 삼성 노조
'생산 차질'을 목표로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삼성전자 노조(전삼노)가 10일 급기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노조원을 상대로 파업 이후 △생산차질 △품질사고 △랏(Lot·반도체 웨이퍼 세트) 멈춤 등 사례 제보에 나섰다.
파업 참가 노조원이 전체의 20%에 불과할 정도로 파업 동력이 약한데도 노조원의 차등 임금인상 등 무리한 요구로 반도체 훈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삼노는 이날 "1차 파업 기간(8~10일) 사측이 어떤 대화도 시도하지 않아 곧바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선언했다. 전삼노는 사측에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기본(베이스업) 인상률 3.5%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다.
전삼노는 집행부 지침 전까지 출근하지 말 것을 노조원들에게 요구하는 등 생산차질을 노골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전삼노는 총파업 참여인원을 6540명으로 추산했다. 전체 노조원이 3만여명임을 감안하면 파업 참가율은 21% 수준이다. 이 가운데 생산직인 설비·제조·공정 직군 5211명이 참가했다고 전삼노는 전했다. 반도체 라인인 기흥·화성·평택사업장 소속 참가자는 4477명이라고 밝혔다.
일부 노조원은 "연구·개발 전용라인(NRD) 일부 인원들의 파업 동참으로 일부 공정이 마비됐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전삼노가 명분이 약한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면서 삼성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5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사업 불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반등에 나선 시기에 생산차질이 현실화 되면 엄청난 시장 교란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생산차질 없도록 대응할 계획"이라면서 "노조와의 대화 재개 노력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부품 자회사 파업에 생산차질
현대차와 기아는 이날 현대모비스 자회사 모트라스의 금속노조 총파업 참여로 타격을 받았다.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기아는 광명·화성·광주 등 전국 모든 공장에서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날 하루 생산 차질 규모는 현대차·기아 합산 수천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모트라스 조합원들이 이날 파업에 동참하면서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현대차·기아 국내 공장의 생산라인이 순차적으로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작 현대차는 지난 8일 6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데 성공해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부품 계열사의 총파업 변수로 자동차 생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모트라스는 현대모비스가 협력업체 및 하청업체를 통합해 출범시킨 생산 자회사다. 하청업체 직원들의 근로자 지위소송 등 사내 하도급 파견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취지로 현대모비스가 지난 2022년 11월 이들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모트라스 조합원들은 이날 주간 조와 야간 조가 4시간씩 총 8시간 파업을 벌였다. 또 현대모비스 자회사 유니투스도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양을 그때그때 만드는 '적시생산'(Just In Time)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모트라스가 부품과 모듈을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현대차와 기아 등의 완성차 공장도 피해를 입는 구조다. 특히 모듈은 부피가 커 재고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만큼 모트라스의 공장 가동 중단 여파가 현대차·기아 생산차질로 곧바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모트라스는 섀시모듈, 콕핏모듈, 프론트모듈, 전기차용 PE모듈 등을 만든다.
한편, 금속노조는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금속노조는 오는 18일 2차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다음 주에도 부품 계열사 등이 파업에 참여할 경우 자동차 업계에선 추가적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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