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이치 공범의 ‘임성근 VIP 로비설’, 이래서 특검 막고 있나

2024. 7. 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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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 5월 14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22시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청사를 나와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VIP를 상대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운동을 하겠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인물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 계좌를 시세조종에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야당은 대통령실의 ‘임성근 구하기’ 배경에 김 여사와 특수관계인 이 전 대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터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이 전 대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A변호사로부터 제출받은 이 녹취록을 보면,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9일 A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 그래 가지고 B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A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 쪽에서?”라고 묻자 “그렇지. 그런데 언론이 이 ××들을 하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내년쯤 (임 전 사단장을) 별 4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4일 통화에선 “괜히 끼어들었다”며 “(임 전 사단장이) 사표 쓰고 나간다고 할 때 내버려둘걸. 이놈 말 들으면 이놈 말이 맞고 저놈 말 들으면 저놈 말이 맞고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 A변호사는 해병대 출신이다. VIP는 통상 대통령을 가리키나, 그는 김 여사를 지칭했을 수도 있다. 녹취록에는 이 전 대표가 고위급 경찰 인사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다.

녹취록 발언대로라면, 대통령실의 ‘임성근 구하기’ 배경에 이 전 대표 로비가 있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혹여 이 전 대표 로비 영향으로 대통령실·국방부·경찰이 총동원돼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하고, 이에 저항하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옭아맸다면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다. 정권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 녹취록으로 인해 채 상병 사건의 초점은 ‘수사 외압’에서 ‘구명 로비’로 바뀌었으며, 의혹의 중심은 김 여사로 이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10일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 가장 큰 피해자는 윤 대통령 부부일 것이다. 이런 의혹은 어물쩍 넘기려 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법이다. 늦기 전에 윤 대통령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청해서라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게 옳다. 채 상병 특검이 필요한 결정적 이유가 추가된 셈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대로 의혹의 실체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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