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이치 공범의 ‘임성근 VIP 로비설’, 이래서 특검 막고 있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VIP를 상대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운동을 하겠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인물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 계좌를 시세조종에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야당은 대통령실의 ‘임성근 구하기’ 배경에 김 여사와 특수관계인 이 전 대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터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이 전 대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A변호사로부터 제출받은 이 녹취록을 보면,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9일 A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 그래 가지고 B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A변호사가 “위에서 그럼 (임 전 사단장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건가요? VIP 쪽에서?”라고 묻자 “그렇지. 그런데 언론이 이 ××들을 하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마 내년쯤 (임 전 사단장을) 별 4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 3월4일 통화에선 “괜히 끼어들었다”며 “(임 전 사단장이) 사표 쓰고 나간다고 할 때 내버려둘걸. 이놈 말 들으면 이놈 말이 맞고 저놈 말 들으면 저놈 말이 맞고 나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와 A변호사는 해병대 출신이다. VIP는 통상 대통령을 가리키나, 그는 김 여사를 지칭했을 수도 있다. 녹취록에는 이 전 대표가 고위급 경찰 인사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다.
녹취록 발언대로라면, 대통령실의 ‘임성근 구하기’ 배경에 이 전 대표 로비가 있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혹여 이 전 대표 로비 영향으로 대통령실·국방부·경찰이 총동원돼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하고, 이에 저항하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을 항명죄로 옭아맸다면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다. 정권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 녹취록으로 인해 채 상병 사건의 초점은 ‘수사 외압’에서 ‘구명 로비’로 바뀌었으며, 의혹의 중심은 김 여사로 이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10일 “대통령실은 물론 대통령 부부도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면 가장 큰 피해자는 윤 대통령 부부일 것이다. 이런 의혹은 어물쩍 넘기려 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는 법이다. 늦기 전에 윤 대통령 스스로 특검 수사를 자청해서라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게 옳다. 채 상병 특검이 필요한 결정적 이유가 추가된 셈이다. 공수처는 공수처대로 의혹의 실체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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