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지도자들이여! 이순신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인류세’라는 새로운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실감하는 시절이다. 한반도의 기상이변, 중국발 대홍수, 세계 곳곳의 자연재해 등이 더욱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삶의 근원적 토대인 자연의 이상 징후 못지 않게 우리 사회 곳곳의 곪아 터진 환부가 흉하게 드러나고 있다.
수출은 호조라는 통계 보고와는 달리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소식은 줄어들지 않고,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소리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그래서 서민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정치권이 조금은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정치는 실종되어 ‘국회무용론’만 무성해지고 있다. 또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교육의 터인 초중고의 교실은 무너진 지 오래고, 대학은 학령인구의 감소로 소멸의 내리막길을 향해 치닫고 있다. 여기에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가파르고, 인구와 지역소멸은 백약이 무효다. 일방적인 의료정책의 발의는 환자를 거리로 내모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타협은 사라지고 오직 갈등만을 조장하는 갈등공화국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지경 속에서 남북 간 무력 대결은 도를 넘어 전쟁도 불사할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으니, 누가 이 땅을 지킬 수 있을지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이 지금의 국가 상태를 누란지세라고 한다. 특히 정치권의 소위 지도자들이 내보이는 당파적인 짓거리를 바라보며, 현재 한국이 처한 현실을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의 상황에 빗대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병리 현상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에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의 원인을 정신가치의 무너짐에서 찾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이순신 정신의 확산을 목적으로 부산여해재단을 설립하고 활동을 시작한 지도 제법 되었다. 성인들에 대한 정신교육과 함께 나라의 미래를 위해 초중고 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이순신 교육’이 더욱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금 학교 현장에서는 부산여해재단에서 이순신 교육을 받은 강사들이 한창 땀을 흘리고 있다.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이 무너지더라도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이 제자리를 버티고 있다면, 그 국가나 민족은 그래도 미래가 있었다고 하는 많은 역사가의 평가를 굳게 믿기 때문이다.
이순신 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학교마다 조금의 편차는 있지만 단순한 위인으로만 알고 있던 이순신에 대한 선이해를 넘어 우리가 따르고 본받아야 할 진정한 지도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역력하다. 놀라운 것은 ‘지금 이곳에 왜 이런 지도자가 없느냐’고 쏟아지는 학생들의 질문이다. 자칭 지도자는 많은데 제대로 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시대가 만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순신 장군의 삶의 정신을 다시 소환할 수밖에 없다.
당파의 눈치를 보며 자기 보존에만 급급했던 선조는 백성이 안중에 없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오직 백성과 나라를 걱정하며 모든 일에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임했다. 지도자로서 이순신은 그를 따르는 자들과 언제나 동고동락하는 자세로 살았다. 그래서 그를 따르는 자들과 언제나 하나가 되었다.
철저한 선공후사의 정신은 자신을 힘들게 했지만, 스스로 자신을 엄격하게 추스리며 정성을 다해 정의를 실천해 나갔다. 그리고 어떤 권력이나 도움에 자신을 맡기지 않고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자신을 곧추세웠다. 이순신이 보여준 이러한 정신의 밑뿌리는 한 마디로 사랑이었다. 그의 사랑은 일차원적인 가족 사랑에 그치지 않았고, 군졸에게로, 나아가 백성에게로, 궁극적으로는 나라 사랑이라는 무한에 가까운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보여주었다. 억울한 백의종군의 길을 걸었고, 모함으로 감옥과 죽음 직전의 상황에도 이르렀지만 결코 그는 현실을 탓하지 않았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그는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었고, 노량해전을 앞두고는 하늘에 죽기를 맹서하고는 나라를 구하고 자신은 산화했다.
한국 현대사가 바람 앞에 등불처럼 부대낄 때마다 이순신은 그 위기의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지도자의 한 모형으로 소환되었다. 깨어있는 국민은 안다. 지금이 바로 그 이순신 같은 지도자를 불러내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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