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여름철 불청객 `식중독 주의보`
요즘 같은 고온 다습한 여름철에는 몸이 눅눅하고 무거워진다는 느낌이 든다. 공기 중의 높은 습도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음양으로 볼 때, 습사(濕邪)는 음(陰)의 성질을 띠므로 우리 몸의 동력원인 양(陽)의 기운을 소모시키고, 기(氣)의 흐름을 더디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우리 몸 안에 습사가 침범하는 장마철이 되면 조그마한 정신적 자극이나 육체적 피로에도 체력이 저하되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위장도 무기력해지고 세균의 서식도 왕성하여 식중독을 비롯한 음식 관련 질환이 늘어난다.
여름철 식생활에 주의할 사항을 알아보면, 먼저 찬 음료수나 빙과류를 멀리해야 된다. 얼마 전 신문에 찬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면 뇌의 혈액순환을 저해하여 두통의 원인이 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본능적으로 체온과 비슷한 온도를 좋아한다. 몸속 세포는 심한 온도 차이를 하나의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동일한 기전으로 위와 장에도 작용하여 복통과 소화불량의 원인을 제공한다. 아이스크림 뿐만이 아니다. 물에 얼음을 넣는다든지, 찬 과일을 많이 먹거나 찬 맥주를 많이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불가피하게 찬 것을 먹게 된다면 충분히 입안에 머물게 한 다음 식도로 넘겨야 한다. 몸에 해로운 청량음료보다도 한방에서 많이 쓰는 맥문동과 인삼, 오미자가 들어가 맥을 살려준다는 '생맥산'(生脈散) 같은 한방차 종류가 훨씬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오장의 기운을 보하고 부족해지기 쉬운 진액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다음은 냉장고를 너무 믿지 말자. 흔히 냉장고에서는 음식물이 안전하게 보존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식중독 사고의 대부분은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을 별 의심 없이 먹었다가 발생된 경우다. 저온 상태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균들도 많다.
냉장고에 보관하더라도 안심하면 안된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2~3일, 우유는 2~4일, 어패류는 불과 1~2일 정도만 신선도를 유지할 뿐이다. 녹즙의 경우는 착즙과 동시에 즉시 산소와 반응하므로 아예 보관하지 말고 짠 직후 바로 마셔야 한다.
반드시 먹을 만큼만 만들어 보관할 일이 없도록 하자. 식품의 영양가(營養價)는 유지되겠지만, 보관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식품이 지닌 곡식의 기운은 떨어진다. 평소에 냉장고 내부를 청결히 유지하고 하루에 한 두 번은 냉장고 내부의 음식을 점검하는 습관을 가지자. 혹시 상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여 음식 맛을 보는 일도 없도록 하자. 쉰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상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기간 보관할 음식이라면 아예 얼려서 보관하는 편이 낫다.
꼭 우기에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지만 생식이나 미숫가루도 조심해야 한다. 요즘 다이어트나 건강상의 목적으로 생식이나 미숫가루를 아침식사로 대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건조된 야채나 곡류를 분쇄하는 과정에 분쇄기 내부의 마찰열로 비타민 등 영양소의 파괴가 심하다.
또, 곱게 갈린 야채와 곡물의 산패(酸敗)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만약 호두나 잣, 땅콩 같이 지방 성분의 견과류가 같이 들어 있다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여름철 가장 흔한 두드러기의 원인도 음식물에 의한 것이다. 음식의 특정한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로 생기는 수도 있다.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 음식, 색소나 방부제 등의 첨가물로 발병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두드러기를 잘 일으키는 음식으로는 달걀, 우유, 초콜릿, 땅콩, 돼지고기, 게, 새우, 고등어, 복숭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의심스러우면 빵, 소시지, 포도주, 맥주, 치즈, 케첩, 마요네즈 등을 피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벼운 운동으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약간의 발한을 시키고 소변이 시원하게 나가게 해야, 신체의 수분대사가 원활해지고 세포의 수분조절 능력이 복구되어 몸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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