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서 고용으로 시선 돌린 파월 … 9월에 '인하 버튼' 누르나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7. 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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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금리인하 한걸음 더
물가는 최근 안정세 보이지만
고금리 여파로 고용 크게 냉각
실업률 오르고 소비 둔화 조짐
경기 위축 신호 곳곳에서 감지
파월, 금리인하 경로 진입 확인
시장선 "9월 인하 가능성 73%"

◆ 금리인하 확산 ◆

"지난 2년간 물가 안정만 내세우던 연준이 완전고용에도 똑같은 가중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연말 실업률이 4.5%까지 오르면 물가보다 고용을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애나 웡 블룸버그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는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두 가지 책무가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이 물가 안정에서 완전고용으로 이동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전례 없는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결과 물가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여파로 고용시장이 크게 냉각되자 긴축에서 완화로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수순이다. 시장에선 '9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급부상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고용시장이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 수준으로 견조하지만 과열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3월 3.8%를 기록한 후 4월 3.9%, 5월 4.0%, 6월 4.1%로 3개월 연속 상승세다. 6월 비농업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20만6000명 증가해 과거 1년간 평균 증가폭(22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곳곳에서 경기 위축 신호가 보이는 것도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만지작거리는 배경이다. 지난 8일 공개된 연준 소비자 신용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총 미결제 금액은 114억달러로 급증해 블룸버그 전망치(89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팬데믹 기간에 쌓은 초과저축을 소진한 미국 가계들이 신용카드 등에 의존한 소비를 해오다 최근 들어 카드대금 상환 압박에 소비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경로가 뒤집을 수 없는 대세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연준이 데이터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진전을 보여 인하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비둘기(통화정책 완화)적 발언'에 시장은 안도했다. 뉴욕 증시는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36번째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를 위해선 좋은 데이터가 더 들어와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로 향한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달 말이 아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급부상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5.3%, 9월 인하 가능성은 73.3%로 나타났다.

11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26일 발표되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까지 둔화한다면 3개월 연속 물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추세적 물가 안정에 대한 연준의 확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물가 하강이 두드러지지 않아도 고용 냉각만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예견치 못한 고용시장 냉각이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책분석업체 LH마이어의 데릭 탕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은 정확하게 고용시장에 집중했다"면서 "만일 추가적인 디스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더라도 고용시장이 더 냉각되면 (금리 인하) 행동을 취하기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완화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금리 인하 시기를 놓고 시장의 기대가 연준을 앞서나간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본부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 자체는 비둘기적이었으나 금리 인하 시기 신호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고용시장 냉각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넘어 미국 실물경기의 연착륙 기조마저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노동시장이 현재보다 더 가파르게 둔화된다면 신용 위험 상승과 경기침체를 야기해 연준으로 하여금 원치 않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연준이 9월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선다면 미국 경기의 연착륙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의 실업률 추이가 일명 '샴의 법칙'(실업률 3개월치 평균이 1년 내 저점 대비 0.5%포인트 이상 상승 시 경기침체)으로 불리는 경기침체 기준을 넘어서지 않는 한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예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실업률이 현 속도로 상승한다면 오는 8월쯤 '샴의 법칙'상 경기침체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노동 수용의 감소보다는 노동 공급 증가가 실업률 상승세를 주도하는 점을 감안할 때 침체 판단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서울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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