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에 열리는 지갑?…예비부부 울리는 결혼 시장 [취재후]

신수빈 2024. 7. 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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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뿐'이라는 말은 너무나 달콤합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신랑·신부가 지갑을 열게 하는 마법 같은 말인데요. '이 지갑'을 열기 전에 '웨딩 산업'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19만 3천여 건. 10년 전보다 40%나 급감했습니다. '결혼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비율도 2022년에 43.2%로, 10년 새 10%p 가까이 늘었습니다.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즉 결혼에 대한 절대적인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감소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결혼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결혼 자금 부족'이 꼽혔습니다. 결혼 생활의 첫 관문 '결혼식'부터 난관인 겁니다.

■ "집값 빼도 6천여만 원…가격은 천차만별"

이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을 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한 결혼 정보 업체가 기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결혼 비용은 3억 4백여만 원. 신혼집 마련 비용 외에 결혼식과 신혼여행, 예물, 예단 등에 쓴 돈만 6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예비 부부에게는 적잖은 돈인데요. 하지만 꼭 필요한 곳에 잘 썼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어떤 물건을 사려고 할 때, 그 가격이 적정한지 따져 보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웨딩 시장 만큼은 예외라고 합니다. '가격 비공개' 관행 때문이라는 건데요. 미리 전화로도 가격을 알기 어려워 직접 방문이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예비 부부가 여러 대안을 두고 사전에 가격 비교를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직접 알아봤는지, 어떤 웨딩 플래너를 통해 물어봤는지, 박람회를 거쳤는지에 따라 같은 업체라도 가격이 달라집니다. 마치 '시가'처럼 말입니다.

■ "착석은 220명 가능하지만, 300명 부르셔야 합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5년 새 예식장이 200곳 넘게 사라졌습니다. 그 때문에 예식장 예약은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벌써 1년 치 예약이 마감된 곳이 대다수입니다. '결혼식 날짜는 예식장이 잡아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줄다 보니, 가격이 더 올랐다고 하는데요. 그런 상황 때문인지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핀다 오픈업'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예식장 1곳당 평균매출은 약 5억 3,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23.8% 증가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예식장을 고르셨나요? 한고비 넘었다고 생각됐을 때 다른 장애물이 나타납니다. 예비 부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요구가 하나씩 나오는데요. 착석 가능 인원보다 많은 보증 인원을 요구하기 일쑤입니다. 결혼식장 규모가 아니라 업체 측의 최소 보증 인원부터 맞춰야 한다는 건데요. 왜 그러냐고요? 아래와 같은 이유랍니다.

A웨딩홀 관계자
"(여기 220석이면 만약에 300명이 다 왔다고 치면 나머지 인원들은 어떻게? ) 보통 서서 보시거나 부모님 하객분들은 사실 예식을 거의 안 보세요."

B웨딩홀 관계자
"220명 착석 가능한데 저희는 서서도 하객분들이 많이 예식을 관람하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350명 정도 들어오시더라도 크게 무리는 없으세요. (혹시 뒤에 의자를 더 깔 수는 없나요?) 네. 그건 어려우세요."

여기에 입장곡을 바꾸는데 한 곡당 5만 원, 사전계약 뒤 일주일 안에 취소하면 20만 원의 상담료를 내는 등의 요구도 잇따릅니다. 예비 부부에게서 한숨이 나올 법합니다.

■ "사진에는 드레스의 '예쁨'이 담기지 않아요."

이번엔 결혼식의 필수 아이템인 '드레스' 구경을 한 번 가볼까요? 드레스 대여점에서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요구가 잇따릅니다. 우선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답니다. 5~10만 원의 시착 비용을 냈는데도요. 이유는 다양합니다.

○○드레스 대여점 관계자
"사진을 보고 판단하면 봤던 예쁨이 아니고 반짝임이 하나도 안 나와요, 사진은. 반짝반짝한 게 안 나오고 이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진에 잘 나오는. 예를 들어서 사진발 잘 받는 드레스를 위주로 고르게 되면 본식하고 와서 다시 보면 이게 그 드레스가 아닌데? 이렇게 돼요."

△△ 드레스 대여점 관계자
"저희가 조명발을 좀 안 받아요. 사진이 잘 안 나와서 생각보다 예쁘게 나오지 않아요. 눈으로 분명 예뻤는데 사진 찍었을 때 그늘지게 나와서 그걸 보는 분들이 있어요.“

대신 그림은 그려 가도 된답니다. 업계에서는 '스케치 도안'이 만들어질 정도로 보편적인 일이 됐습니다. 사진으로는 드레스의 느낌을 잘 담아낼 수 없지만, 그림을 그려서 그 느낌을 기억하고 선택을 하라는 건데요. 예비 신랑이나 신부 친구들에게는 '데생' 실력이 필요한 시대가 됐나 봅니다.
웨딩 드레스 도안


여기에 '프리미엄 라인', '블랙 라인' 등 드레스의 디자인에 따라 수십만 원의 추가금이 붙습니다. 신랑 예복, 혼주 한복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비 부부들은 결혼비용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로 툭하면 붙는 '추가금'을 꼽았습니다.

A웨딩 플래너
"'얼리스타트 비용'은 8시 이전에 헤어, 메이크업 숍을 가면 나오는 비용인데요. 시작 시각마다 금액이 다른데 보통 오전 7시 시작이면 5만 5,000원, 오전 6시는 10만 원 이렇게 올라가요. 그리고 신부님 머리 피스(가발)을 붙이고 싶다고 할 때 발생이 되는 비용들도 있고요. 기본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신부 화장) 가격 제외하고 플러스 100만 원에서 120만 원까지는 생각을 해주셔야 한다."

B웨딩 플래너
"스드메에는 신랑님의 '헤어(머리 손질)'하고 메이크업만. 예복은 따로인데요. 예복은 99만 원짜리가 있고요. 난 조금 더 좋은 원단 하고 싶어 하시면 109만 원입니다. 보통 많이 하시고요.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원하시면 119만 원."

■ "좋은 게 좋은 거다 … 많이 붙일수록 역량"
인터뷰 중인 웨딩플래너


예비 부부들로서는 원가도 모른 채 업체에서 알려주는 가격을 믿고 추가금까지 더 내기 십상입니다. 결국 결혼 전문가, 웨딩 플래너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요. 최선의 방법일까요?

신혼 부부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웨딩플래너가 더 많은 수고비를 요구하거나 개별 가격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어렵게 만난 현직 웨딩플래너로부터 실태를 들어봤습니다.

"제가 다녔던 전 회사에서는 신랑 신부와 동행 나가는 것을 필수로 시켰어요. 그렇게 해서 예비 부부와 친해지면 수고비를 더 붙여도 그냥 넘어가 주세요. 조금의 의심은 가도 좋은 게 좋은 거로 생각하시죠. '조금 비싸게 한 것 같지만, 플래너님이 잘 챙겨주고 잘 도와주기도 하니까 좋게 넘어가자'인 게 대부분이죠.

또 예복, 예물, 한복, 본식 스냅, 본식 DVD 다 중간에 수고비가 들어가 있어요. 한 팀당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 관련해서만 최소 15만 원, 많이 붙이면 100만 원도 붙이죠. 회사에서는 많이 붙이면 그거를 역량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플래너들도 내가 많이 붙여서 수익을 냈다고 생각을 하지 바가지 씌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플래너들 사이에서는 월 천만 원 찍어봤냐는 질문은 능력의 지표 같은 거죠."

웨딩 플래너는 컨설팅업체의 실적 압박도 지적했습니다.
“1등부터 꼴등까지 다 나와요. 혼수를 얼마 팔았는지, 계약을 얼마를 했는지, 총 매출이 얼마인지……. 전산만 켜면 쭈루룩 한눈에 다 볼 수가 있어요. 내가 오늘, 이번 달 몇 등을 했다는 것을 매일 봐야 해요. 회사 내부에서 경쟁을 시키는 업체들은 대부분 이렇게 한다고 들었어요. 이게 정말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그러니 더 신랑, 신부에게…….

또 돈만 벌려고 장사꾼처럼 하는 거 아니고 정말 진심 가득한 마음으로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잘 마치면 되게 뿌듯하거든요. 하지만 웨딩 시장은 절대 담합이 되지 않아요. 너무 거품이 많았던 시장이기도 하고……. 절대 되지 않거든요."

■ 지난 5년간 피해구제신청만 2,300여 건…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

지난 5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예식, 결혼준비대행서비스 피해구제신청만 2천300여 건.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387건입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을 내놨습니다. 내년부터는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에 결혼 관련 품목과 서비스 가격 항목이 생깁니다. 또 올해 말, 결혼서비스 제공업자가 지켜야 하는 '가격표시제' 도입 방안도 마련됩니다. 또 과다한 위약금이나 불리한 조항 등 소비자 피해가 많이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결혼 준비대행 서비스 분야에서 표준약관 마련을 추진합니다. 그러나 더 세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은희 /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 교수
"이미 피해를 입은 사람을 구제할 방법은 있느냐. 소비자가 한국소비자원에 민원 접수를 해서 처리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피해 구제 처리를 하기는 어려워서 분쟁조정위원회까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쟁조정위원회에 가더라도 사업자가 우리는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 구속할 방법이 없어요. 결국 법원에 가는 방법밖에 없죠. 이렇듯 이미 발생한 피해를 구제하기 쉽지 않으니 앞으로 같은 피해가 발생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죠. 이제 관련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결혼식 비용을 잘 결정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결혼 뒤에도 부부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혼식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한 번뿐인 소중한 순간이고, 가족의 큰 행사입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허례허식이고 무의미한 일일 수 있습니다. 물론 정해진, 완벽한 형식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꺼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건 신랑과 신부에게는 좋은 추억이고, 하객들에게는 멋진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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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빈 기자 (newsub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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