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146㎜, 부안 3㎜... 같은 전북서 ‘극과 극 강수량’ 원인은

박상현 기자 2024. 7. 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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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북 군산시 일대에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중앙로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군산시

9~10일 남하한 장마전선(정체전선)의 영향으로 호남권에 역대 가장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다. 전북 군산 어청도엔 9일 밤 11시 51분부터 1시간 동안 146㎜의 비가 쏟아졌다. 재작년 서울이 잠겼던 ‘시간당 141.5㎜’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어청도에 ‘물폭탄’이 떨어지고 있던 시각, 군산에서 불과 80㎞ 떨어진 전북 부안군에선 시간당 3㎜의 비만 내렸다. 전선이 군산 시내로 진입한 10일 오전 1시 42분부터 1시간 동안 131.7㎜ 비가 쏟아질 때도 부안 강수량은 시간당 4㎜에 그쳤다. 같은 전북권인데도 강수량이 극과 극이었던 것이다.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는 최근 빈발하고 있다. 과거 장마전선은 폭이 넓고,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전국에 고루 비를 뿌렸다. 그런데 최근 장마전선은 폭이 좁은 데다 움직임이 둔해 특정 구역에 집중호우를 쏟아내고 있다. 또 비구름대 덩치가 갑자기 커지면서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뿌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북쪽 건조 공기와 남쪽 습윤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좁은 띠 모양의 장마전선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남쪽에서 밀어올리는 공기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전선이 압축되고 비의 강도가 세지는 것이다. 전선의 폭이 좁다 보니 비를 뿌리는 구역도 좁아지게 된다. 이에 전선 바로 아래 걸리는 지역과 아닌 지역의 강수량 편차가 커지는 것이다.

이런 비는 주로 한여름 ‘밤’에 내린다. 고온다습한 남풍(南風)의 유입이 낮보다 밤에 더 활발하기 때문이다. 낮 동안은 뜨거운 햇볕 탓에 바다와 육지의 공기가 하늘로 올라가는 ‘수직바람’이 만들어지며 남풍류 ‘수평바람’의 진입을 방해한다. 그러다 해가 떨어지면 방해 요소가 사라져 남풍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낮 공기가 예전보다 뜨겁다보니 이런 ‘야행성 폭우’가 많아진다.

남풍은 비구름의 씨앗이 되는 수증기를 대거 포함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바다에서 증발하는 수증기 양이 많아지면서, 남풍을 따라 유입되는 수증기 양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밤 시간대에 비구름 덩치가 확 커지면서 강수량도 늘어나게 된다. 결국 ‘밤사이 폭이 좁고 폭발력을 가진 장마전선’이 만들어지며 극한 호우를 뿌리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극한 호우’는 더 이상 이례적 현상이 아니라 한여름 한반도 장마의 표준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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