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음식값의 9.8%' 수수료 올렸다···자영업자 부담 키운 '배달 출혈경쟁'

김남명 기자 2024. 7. 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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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부담하는 배달비 내린다지만
음식값 10% 가까이 수수료 받아
서울 점주 2만2000원 치킨 팔면
배달료 300원 ↓·수수료 660원 ↑
앱UI·요금제·서비스 등도 개선
"수익성 강화 조치···업주 성장 지원"
[서울경제]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배달 중개 수수료를 음식 값의 9.8%로 올려 받는다. 최근 ‘무료배달’로 출혈경쟁이 심화한 배달앱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수익성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외식 업주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배달비는 100~900원가량 내리기로 했지만 결국 업주가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터얀 판데피테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10일 회사 사옥에서 앱 UI 개선을 포함한 대규모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배민의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는 음식 값의 약 10% 수준에 도달한다. 기존까지 배민의 중개 이용료는 6.8%로 배달앱 3사 중 가장 낮았지만 8월부터는 3%포인트가량 오르는 것이다. 이는 경쟁사인 쿠팡이츠와 같은 수준이다.

배민은 중개 수수료 인상 등으로 늘어난 외식 업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정액제 주문 중개 서비스인 울트라콜 월 요금에 대해 환급 정책을 마련하고 포장 수수료 50% 인하 정책 등을 함께 내놓았다. 또 중개 수수료와 함께 받던 업주 부담 배달비를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추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서울 지역 업주 부담 배달비는 기존 3200원에서 2900원으로 약 300원 저렴해진다. 배민 측은 지역별 배달 가격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추가 할인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배달비 인하보다 중개 이용료율 인상 폭이 더 커 결과적으로 업주가 플랫폼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서울 지역의 자영업자가 2만 2000원짜리 치킨을 주문받았다면 업주가 배민에 지불해야 하는 배달료는 현행 대비 약 300원 줄지만 중개수수료는 660원 늘어 오히려 부담이 커진다. 자영업자 강 모(65) 씨는 “중개 수수료가 핵심인데 중개 수수료를 올리고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중개 수수료가 높아지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 “탈퇴하겠다” 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라이더 비용에도 영향이 생길 수 있다. 업주 부담 배달비 인하를 명분으로 배민이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다만 배민 측은 업주가 부담하는 배달비 금액이 줄어든 만큼을 배민이 부담해 라이더 지급 비용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민의 이 같은 결정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배민은 약 한 달간 배달앱의 세 가지 주요 비즈니스와 관련해 가격을 올리거나 유료화를 선언했다. 앞서 배민은 무료 배달 멤버십 서비스 ‘배민클럽(월 3990원)’의 체험 기간을 끝내고 유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까지 무료로 운영하던 포장 주문 수수료의 경우 신규 가입 업주를 대상으로는 건당 6.8%씩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최근 무료 배달로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껴왔다”며 “경쟁 대응을 위해 요금제, 서비스 개편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끝에 대대적 개편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중개 수수료 인상 등에 따라 올해 배민의 이익과 매출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배민배달·가게배달 등 음식배달 수수료가 핵심인 배민 서비스 매출은 2조 7187억 원으로 전체 매출(3조 4155억 원)의 80%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6998억 원으로 이익률은 약 20.5%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배민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배달앱 3사 중 배민의 시장점유율은 61%, 쿠팡이츠 22%, 요기요 17%이다. 배민의 월간 사용자 수는 2170만 명으로 쿠팡이츠(771만 명)와 요기요(592만 명)를 합친 사용자수보다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의 추격이 걱정된다면 각종 비용을 낮춰 소비자와 점주의 서비스와 혜택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배민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한국 배달 시장을 ‘잡은 물고기’로 보고 막강한 소비자 ‘록인 효과’를 바탕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배민은 수수료 개편과 함께 배민앱 이용자환경(UI)도 바꾼다.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통합한 ‘음식배달’ 탭을 신설하고 모든 가게의 노출 경로를 일원화한다. 기존까지는 배달 방식에 따라 가게가 노출되는 경로가 달라 중복 노출 등 일부 혼선이 있었다면 이제는 모두 하나의 탭으로 묶어 주문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판데피테 대표는 “앱 개편을 통해 가게배달 업주는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얻고, 고객은 최고의 할인 혜택과 다양한 식당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우리 목표는 고객을 위해 지속 가능하고 가게의 성장을 지원하며 지역경제에도 기여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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