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장마' 걸리면 비 폭탄…군산 146㎜ 쏟아질때 부안 가랑비

박동환 기자(zacky@mk.co.kr), 우성덕 기자(wsd@mk.co.kr), 이상헌 기자(mklsh@mk.co.kr) 2024. 7.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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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 장마 습격 원인은
南습한공기·北건조공기 충돌
장마전선 '얇은 띠' 모양 압축
같은 권역서도 강수량 극과극
인명·재산 피해 속출
승강기 침수·주택 붕괴 등
새벽 기습 폭우에 5명 사망
제방 무너져 마을 전체 침수
물에 잠긴 주차장 10일 새벽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에 전북 군산시 문화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된 모습. 연합뉴스

10일 새벽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 폭우가 내리면서 총 5명이 숨지는 등 비 피해가 발생했다. 전북 군산에서는 이날 새벽 1시간 동안에만 131.7㎜의 비가 내리며 전국 기후관측지점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전북인 부안군에서는 시간당 4㎜의 비가 내려 극단적인 대조를 이뤘다. 이날 오전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충청, 전북, 경상권에 100~300㎜, 수도권과 강원도는 80~100㎜, 전남권은 40~70㎜, 제주도는 30㎜ 내외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시간당 강수량이 30~60㎜를 기록하는 등 매우 강한 비가 내린 곳이 많았다. 충남과 전북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100㎜ 이상의 엄청난 양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이날 전북 군산 내흥동에서는 오전 1시 42분부터 2시 42분까지 1시간 동안 무려 131.7㎜의 비가 내렸다. 군산 연 강수량(1246㎜)의 10%가 넘는 비가 1시간 만에 내린 것이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이어서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진 않지만 군산 어청도에서는 9일 오후 11시 51분부터 1시간 동안 146.0㎜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같은 군산의 시간당 강수량 기록은 '발생빈도 200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0년 빈도'는 200년에 한 번 발생할 법한 수준으로 비가 많이 내렸다는 의미다. 이 빈도는 도시공간이나 방재 등 인프라 시설을 건설할 때 설계기준이 된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 발생이 점점 잦아지고, 100년 빈도 이상의 비가 오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정부는 지난 3월 도시지역의 소하천 설계빈도를 최대 100년에서 최대 200년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와르르 무너진 도로 거센 장맛비에 충남 서천군의 한 도로가 유실된 모습. 연합뉴스

이처럼 많은 비가 단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린 곳이 있는 반면 비가 거의 오지 않은 지역도 있다. 군산에서 폭우가 쏟아질 무렵 같은 전북 내 100㎞도 채 떨어지지 않은 부안 지역에서는 시간당 4㎜에 불과한 비가 내렸다.

이처럼 좁은 지역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나는 까닭은 장마전선상 좁은 영역 곳곳에 산재한 강한 비구름대(적란운)가 동서 방향으로 2개의 선을 이루는 현상인 '선상강수대' 때문이다. 기상학자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전북에서 경북 지역을 따라 강한 비구름대(적란운)가 좁은 영역으로 산재해 있다"며 "이 때문에 특정 지역에만 돌발성으로 폭우가 내리는 특성이 있는데, 과거 장마와 오늘날 장마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8월 경북 포항과 경주 지역에 큰 피해를 일으킨 태풍 '힌남노'도 당시 이 지역에 선상강수대를 몰고 와 물폭탄을 쏟아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돌발성 폭우의 근본 원인은 오랜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해수온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장마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가장자리 쪽 상층에 생기는 제트기류가 만드는 것인데 최근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인해서 이 상층 제트기류가 강해지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강하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날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전국에서 5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8분께 북구 조야동 한 농로에 있는 배수용 원형 통에서 60대 후반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신고했다.

오전 3시께 지하 1층까지 물에 잠긴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 안에서는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고, 오전 3시 57분께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산사태로 인해 주택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있던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충남 논산 벌곡면 한 마을이 침수돼 3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강경 대흥리 주민 40여 명도 황급히 피신했다. 대전 서구 용촌동 마을도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바다가 됐다. 한편 목요일인 11일은 오후부터 밤사이 전국에서 5~40㎜의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박동환 기자 / 안동 우성덕 기자 / 대전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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