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전'에 부산 현장서 '원팀' 초안 바꾼 韓 "구태 정치"
10일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
한동훈 "윤석열 대통령과 목표 같다"
[더팩트ㅣ부산=설상미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의 갈등골이 점점 더 깊어지면서 전당대회 가열로 인한 내분 우려가 나온다. 당권 후보 3인의 ‘1강’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향한 견제가 더욱 노골적여지자, 한 후보는 이를 '마타도어'로 규정하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이날 한 후보 연설 초안에는 후보 간 '원팀'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맞서겠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현장에서 한 후보를 향한 비판에 응수하는 메시지로 바뀌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간 비난전에 우려를 표했음에도, 당권 주자들이 네거티브전의 굴레에 빠진 모양새다.
이날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는 "부울경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살려줬다"라며 "총선 직전 저희 내부 분석은 사실 80~90석을 밑돌았는데, 그때 저희가 택한 전략이 부울경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입법 독재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무너 뜨리려는 이재명의 민주당, 그 무도한 세력을 막아낼 최소한의 힘을 만들어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우리에겐 지금 분열한 모습 보일 시간이 없다', '선관위 때문에 마타도어, 네거티브를 안 하겠다'고 말 한 다음 날 하루만에 신나게 마타도어 하는 건 구태정치로,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경쟁자인 원희룡 후보를 저격한 것으로 보인다. 원 후보는 전날(9일) 당대표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한 후보가 본인을 향한 원 후보의 사적 공천 의혹 제기를 두고 지적하자, "선관위에 약속했다"는 이유로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저는 문재인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5년 동안 싸웠고, 180석 거대야당과 싸웠다"라며 "그동안 한 번도 비겁하거나, 비굴한 적 있느냐. 도망가거나, 몸 사린적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여러분 제가 지금 당대표가 되려고 하니깐, 이미지 관리하지 말라고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이날 한 후보의 연설 초안에는 4인 후보와의 원팀 메시지가 담겼지만, 현장에서 생략됐다. 초안에는 "제가 대표가 되면, 이재명과 조국이 이끄는 190석 거대야당연합, 그 입법독재에 제대로 맞서 싸우겠다. 여기 원희룡 후보, 나경원 후보 그리고 윤상현 후보가 함께 할 것"이란 내용 등이 담겼다.
당권 후보 3인은 모두 한 후보 견제에 주력했다. 원 후보는 "최악은 우리 내부에서 싸우는 것이다. 당정이 단합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겠다"며 "채상병 특검, 함께 뭉쳐 대응해야 하는데, 갈라지면 정말 우리 다 죽는다"라고 했다. 앞서 한 후보가 ‘제3자(대법원장) 추천 방식의 채상병특검법’을 수정안으로 제안한 것을 두고 당정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후보는 "법사위를 장악한 민주당이 정체불명, 기상천외한 탄핵 청문회를 강행하고 있다"라며 "법 질서를 농락하고, 정치 수준 망가뜨리는 저 후진국 정치, 못되 먹은 행패, 우리 국민의힘이 반드시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는 "겉멋과 이미지로 막을 수 있느냐. 대통령병 걸린 사람이 현직 대통령을 지켜주겠느냐"라며 "대통령 눈치만 보는 사람이 대통령 붙들고 이렇게 해야 이긴다고 설득할 수 있느냐"라며 한 후보와 원 후보를 각각 저격했다.
또 나 후보는 "상대가 만든 덫에 덥석 들어가는 미숙한 초보에 우리 당 운명을 맡기시느냐"라며 "우리가 지금 당 대표 훈련시킬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 후보는 "우리 당을 반드시 이기는 당, 국민이 신뢰하는 당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과 변화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 역시 "괴멸적 참패 이후에도 우리는 어떤 변화의 몸부림도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 속에 사실상 죽어있다"라며 "책임을 묻는 사람도,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총선에서 패배한 지 80일이 지나도록 백서 하나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우리 보수가 언제부터 이렇게 비겁했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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