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대에···이동약자 돕는 서비스도 내년이면 '불법'

진동영 기자 2024. 7. 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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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못따라가는 법·세제]
<2> 낡은 법에 갇힌 ICT신사업
내년 특례 끝나는 서비스 잇따라
임시허가로 연명에 미래 불투명
수년간 투자한 자금 날릴 가능성
서비스 이용 고객 피해도 불가피
샌드박스 5년···법령 정비 지원을
[서울경제]

네츠모빌리티는 특수 개조 차량을 이용해 노인·장애인을 병원으로 운송해주는 이동약자 맞춤 모빌리티 서비스 ‘고위드유(U)’를 제공한다. 자녀 등 가족들의 도움을 구하기 어려운 이동 약자들을 특수 전문 차량으로 병원까지 이동해주는 서비스다. 주변의 손을 빌리기 어려운 교통 약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료지만 가족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고 자녀들도 안심할 수 있어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와 필적한다는 호평을 받는다.

엄밀히 따지면 해당 서비스는 현행 법·제도에서 불법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네츠모빌리티가 제공하는 차량을 플랫폼 택시로 보고 있어 정식으로 사업을 하려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30대 이상의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 네츠모빌리티는 수요가 제한적인데다 차량 개조에 소요되는 비용이 대당 1억 원에 달해 현재 사업 구조상 대규모 투자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에 규제 샌드박스의 특례 혜택을 받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내년 4월이면 특례 기간이 끝난다. 이후부터는 ‘임시 허가’를 받아 사업을 하면서 기약 없이 법 개정만을 기다려야 한다.

네츠모빌리티의 모기업인 메이븐플러스의 김원종 대표는 “서비스 수요 등을 고려하면 당장 수십억 원의 투자를 하기 어렵고 투자를 받으려고 해도 법 개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언제 사업이 종료될지 몰라 다들 난색을 표한다”며 “택시 사업이 아닌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 중 실증특례 기간 만료가 임박한 업체들에 현재 처한 사정을 묻자 “사업 중단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신사업에 뛰어든 사업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 속에 규제·제도 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지만 4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법 개정이 지지부진해 상당수는 사업을 접거나 임시 허가로 연명하며 법령 정비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위홈이 추진하는 서울지하철역 중심 내외국인 공유숙박 서비스는 관광진흥법상 외국인 관광객만 가능해 정상적인 서비스가 어렵다. 이에 2020년 7월 특례를 받아 내국인을 대상으로도 도시 민박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4년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15일 특례 기간 종료 이후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 업체는 심지어 임시 허가 부여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원거리에서 무선 충전이 가능한 제품 또한 다음 달부터는 임시 허가 전환이 검토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로봇 서비스,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광고판을 단 오토바이 광고 서비스, 관광 택시 중개 플랫폼 서비스 등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기사들이 차고지에 들어오지 않아도 근무를 교대할 수 있도록 한 사업 개선안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규제가 정비될 때까지는 불확실성을 안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임시 허가 전환으로 특례 유효 기간이 연장되고 있긴 하지만 법령 정비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 사업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에 늘 불안하다”며 “신산업을 육성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정착시키려면 과거의 낡은 법·제도를 고치고 기득권을 일정 부분 내려놓아야 하는데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토로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업들은 법령 정비를 전제로 대규모 투자를 해놓고도 법·제도 개선이 불발될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데다 서비스를 이용하던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합법적인 사업화가 가능할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서 특례를 줘야 한다”며 “앞으로 특례 만료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기업은 물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활로를 열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는 시대 변화와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않고 기존 법·제도를 고수할 경우 미래 신산업 탄생이 요원하다며 적극적인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령 개정을 우회해 현 제도 아래서도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적극 해석’을 통해 활로를 찾는 등 다방면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최현종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팀장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넘어가는 만큼 관련 법령 정비로 뒷받침해줘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신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모두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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