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개미 표심 잡아라'…정책 선점 경쟁 치열해진 여의도 [금융당국 포커스]
민주당선 분기배당 자본시장법 발의도…당초엔 국힘이 주도
'이사의 주주 책임 확대' 선점 경쟁도 치열
22대 국회 개원이 한달여를 지나면서 여야가 자본시장 관련 정책 선점에 앞다퉈 나서는 분위기다. 그간 당이 꾸준히 추진했던 사안에 대해 '급제동'을 걸거나, 앞서는 상대편이 주장해왔던 정책 어젠다를 가져와 먼저 추진하겠다고 하는 일도 예사다. 국내외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수가 늘면서 이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밀어붙였던 금투세, 도입 재고하자는 이재명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는 출마 선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주식시장이 안 그래도 어려운데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도입)하는 게 정말로 맞나"라며 “금투세는 도입 시기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투세 도입 유예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어 "다른 나라는 주가지수가 오르고 있는데 우리 주식 시장만 역주행하고 있다”며 “주식시장 악화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국민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공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통해 연간 일정 수준(주식 5000만원, 채권 등 250만원) 이상의 매매 차익을 낸 투자자에게 차익의 20~25%를 과세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 시기 추진돼 여야 합의로 2023년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2년 유예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은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 도입를 당론으로 밀어붙여온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국민의힘은 금투세 도입 폐지를, 민주당은 도입 강행을 주장하며 각을 세워왔다.
진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은 그간 "금투세 폐지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금투세는 부자 감세'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금투세는 이미 3년 전 입법이 결정됐고, 그대로 시행한다는 게 당론"이라고 했다.
'전엔 국민의힘 의제' 분기배당 절차 개선, 이번엔 민주당서 발의
같은날 민주당에선 분기배당 절차개선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도 나왔다. 김현정 의원이 민주당 의원 9명과 함께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분기·중간 배당에 대해서도 ‘선(先)배당액, 후(後)배당기준일 확정’을 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내용을 바꾸는 게 골자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분기 배당에 대해 3·6·9월 말일을 배당기준일로 하고, 이로부터 45일 이내에 배당 액수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당받을 주주 명단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금을 정하라는 얘기다. 이때문에 분기·중간 배당을 하는 국내 상장사 약 70곳은 부득이 '깜깜이 배당(선투자 후배당)' 절차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분기·중간 배당 절차 개선은 지난 21대 국회에선 국민의힘이 주도한 사안이다. 김희곤 당시 국민의힘 의원 등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법안을 발의했으나 위원회 심사를 넘기지 못하고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이 진행하다 불발된 정책 어젠다를 그대로 민주당이 가져다 추진하는 셈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도 여야 각각 '내가 하겠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상법 개정 이슈에도 여야가 각각 손을 뻗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지난 21대 국회에선 민주당이 주도했던 의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등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공론화 필요성을 거론하고 나섰다. 정부는 일단 재계와 각 부처의 의견 수렴을 더 한다는 계획이다.
야당도 같은 의제를 두고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정준호·박주민·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개인투자자 1416만명…"여론 영향 무시 못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수년간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여야간 자본시장 관련 의제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투세 등 개인투자자들의 투심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를 강행했다간 여론에 '미운털'이 박히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상장법인 2602개사의 주식 소유자(중복소유자 제외)는 1416만명에 달한다. 1인당 평균 소유종목은 5.98종목으로 전년대비 2.2% 늘었다.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소유주식수는 8014주로 4.2% 늘었다.
투자에 쓰이는 계좌 수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6870만7002개에 달한다. 전년 말(6372만8775개) 대비 497만8227개(7.81%)가 더 늘었다. 주식거래활동계좌는 10만 원 이상의 금액이 들어 있으면서 최근 6개월 동안 거래에 한 번 이상 쓰인 계좌를 뜻한다. 개설만 한 채 거래가 없는 계좌는 제외한 수치라 금융투자업계에선 실제 투자자 수를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단체로 의견을 모아 국민청원을 내는 등 여론에 영향을 주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라며 "여야 모두 추진 정책에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지지 여부를 따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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