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파이터' 장정혁 "녹다운된 나를 일으킨 건 자유 향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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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경기에서 제대로 맞은 펀치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쓰러지는 순간 탈북 과정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상대방은 중국 공안이고 북한 경비대라는 생각이, 그를 넘지 못하면 자유를 얻지 못할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뿐인 모자에게 중국은 "북한보다 더한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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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프로 데뷔 경기에서 제대로 맞은 펀치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쓰러지는 순간 탈북 과정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상대방은 중국 공안이고 북한 경비대라는 생각이, 그를 넘지 못하면 자유를 얻지 못할 것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탈북 파이터' 장정혁(27)은 10일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남북하나재단이 개최한 '남북한주민 사회통합발표대회' 무대에 올라 2018년 프로 종합격투기 데뷔전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다시 일어섰고 승리했다. 장 선수는 "그것은(자유를 얻지 못하는 건) 죽음보다 더한 공포였기에 흐려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싸웠다"면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대 선수는 녹다운이 돼 있고, 심판이 제 팔을 들어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북한에서 탈출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그의 어머니는 12세 아들을 데리고 북중 국경을 넘었다. 그러나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뿐인 모자에게 중국은 "북한보다 더한 지옥"이었다.
모자는 불법체류자로서 언제나 긴장 속에 도망을 다녀야 했다.
15세 때 막노동을 시작한 그는 공사판의 어른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 일쑤였다. 어느날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떨어진 철근에 맞아 오른발 발등뼈가 부서질 정도로 크게 다쳤는데도 급여는커녕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그는 집 근처 산에 샌드백을 만들어 놓고 분노와 울분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지금은 힘이 없지만 언제가 강해져서 복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국에서 3년 넘게 모진 생활을 한 끝에 2013년 초 한국에 들어왔으나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공포로 "아무런 기쁨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운동선수로서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건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알게 되면서다. 낮에 공부하고 저녁에 운동하고 나면 밤에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는 "여명학교 선생님들은 제 꿈을 믿어주셨다. 꿈을 믿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날개를 단 것처럼 기뻤다"고 감사했다.
프로 격투기 선수가 되려고 들어간 소속사에선 "생각지도 못한 텃세, 차별, 무시라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신에게 지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버텼다.
포기하지 않은 장 선수는 데뷔전에서 일본 챔피언의 주먹에 쓰러졌지만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2022년에는 전국 킥복싱 대회에서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했고 올해는 일본 종합격투기(MMA) 대회에서 웰터급 챔피언을 거머쥐었다.
그는 이날 발표 무대에서 "제가 잘 살아내는 것이 복수하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어려움은 저를 좌절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 선수 외에도 군복무 면제상태를 해제한 후 육군 특수전사령부 부사관으로 복무한 김대현(가명·29) 예비역 중사, 입국 후 간호학을 전공하고 자치단체에서 일하는 엄근영(43) 역학조사관, 탈북민 다수를 장기 고용하고 국내 정착을 지원해온 김영배(70) 두남엔지니어링 대표 등 7명이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정착이 바로 우리 사회의 통일역량을 기르는 일이며, 그 자체로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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