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이 무슨 행동 했길래…중국 공산당 제명하며 "충성실절"

김종훈 기자 2024. 7. 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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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10년간 안 쓰던 '충성실절' 비판 문구 내보내…"적국에 이익 줬을 수도"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이 2018년 베이징샹산포럼에서 연설한 뒤 경례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중국 공산당이 지난달 웨이펑허 전 국방부장(장관)을 당적에서 제명하면서 사용한 '충성실절'(忠誠失節)이라는 문구를 두고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표현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웨이 전 부장이 부정부패를 넘어 이적죄에 준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군의 충성을 의심하는 시 주석의 불안이 표출된 사건이라는 해석도 있다.

10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27일 정치국 회의 이후 웨이 전 부장과 후임 리샹푸 전 부장을 당적에서 제명한다고 밝혔을 때 웨이 전 부장에 대해서는 '충성실절'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충성실절은 충성심, 정절을 잃은 이를 뜻하는 말이다. 실절은 중국 황권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잃어버렸다는 의미로 불충, 배신을 뜻했다. 송나라 때는 재혼한 과부를 비난하는 말로 쓰였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중국 공산당이 최악의 배신자를 비난할 때 실절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베이징 인민대학 소속인 한 정치학자는 SCMP 인터뷰에서 "실절이라는 표현은 국공 내전 당시 공산당 지도부였다가 국민당으로 이탈한 샹중파, 구순장 같은 이들을 연상시킨다"며 "공산당 역사학자라면 실절이라는 표현을 듣자마자 샹중파를 떠올릴 것"이라고 했다.

샹중파는 증극 공산당 총서기까지 지냈던 인물로, 1931년 국민당에 체포되자 전향한 뒤 공산당 기밀을 제공하고 처형됐다. 샹중파가 누설한 정보 때문에 상하이에 퍼져있던 중국 공산당 지하조직이 궤멸 위기를 겪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샹중파는 공산당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다고 한다.

1920년대 공산당 정보조직을 책임졌던 구순장도 국민당에 체포된 후 변절, 핵심 정보를 누설했다. 이로 인해 후에 중국 초대 총리에 오르는 저우언라이까지 체포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중국 언론, 역사서에서 구순장은 "중국 공산당 역사상 가장 위험한 배신자"로 서술된다고 한다.

SCMP가 중국 내 최고 반(反)부패 조직인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최근 10년간 발표한 성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실절이라는 비판을 받은 인사는 웨이 전 부장이 유일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홍콩 군사전문가인 양궈량은 SCMP 인터뷰에서 "웨이 전 부장의 범죄는 (공산당이 언급한) 뇌물수수 이상일 수 있다"면서 "혐의가 일급 비밀로 가려져 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실절이라는 표현으로 볼 때 적국에 이익을 주는 행위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싱가포르대학 리콴유 정책대학원 소속 알프레드 우 조교수도 "피해가 공산당 또는 중국 내부에 그치는 행위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실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면서 웨이 전 부장의 혐의가 중국 외부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전문가로 꼽히는 나카자와 가쓰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이날 게재한 칼럼에서 "전직 국방부장을 이례적으로 동시에 처분한 것은 시 주석이 군 조직의 규율에 일종의 불안을 안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나카자와 위원은 "시 주석은 신식 군대 양성에서 로켓, 위성 부문을 중시한다. 로켓군계 인물이었던 웨이, 리 전 부장을 등용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 계통은 부패에 빠져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이 모자란 것으로 판명났다"고 했다. 이어 "게다가 해외에 거주하는 친족들을 통해 중국군에 대한 기밀정보가 누설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며 "시 주석이 두 사람을 자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공산당 발표에 따르면 웨이, 리 전 부장은 당적과 장군 직위를 박탈 당한 상태로 군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질 방침이다. 공산당은 두 사람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웨이 부장은 뇌물을 받고 인사 특혜를 줬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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