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경복궁역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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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메트로미술관 철거 현장에 다녀왔다.
천장을 장식했던 노송군락도와 봉황도는 복구 작업을 통해 40여 년 전의 화려한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메트로미술관은 1986년 서울지하철 3호선 중앙청역(현 경복궁역) 지하 1층에 개관했다.
시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미술관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복궁역을 건축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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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메트로미술관 철거 현장에 다녀왔다. 벽면을 가렸던 석고보드를 걷어내자 웅장한 위용을 그대로 간직한 58개의 아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장을 장식했던 노송군락도와 봉황도는 복구 작업을 통해 40여 년 전의 화려한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메트로미술관은 1986년 서울지하철 3호선 중앙청역(현 경복궁역) 지하 1층에 개관했다. 총면적 834평에 양쪽 벽면을 아치로 디자인하고 조명을 더해 그림을 걸 수 있게 설계됐다. 아치 사이사이에는 조각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조명·보안시설·벽체 등의 대대적 개보수가 이뤄지면서 옛 모습에 현대적 감성을 덧씌웠다.
시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미술관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것은 경복궁역을 건축 당시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해서였다. 경복궁역은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양식과 예술성을 한껏 살린 상징적인 역사로 지어졌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고 김수근 씨를 비롯해 20여 명의 학자, 전문가가 울력으로 빚어낸 걸작이다.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지하역으로는 최초다.
언젠가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을 다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230여 개 역사 가운데 48개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지하철역 관광만 전문으로 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고풍스러운 천장과 샹들리에, 화려한 벽화, 스테인드글라스 조각과 동상까지. 지하철역은 저마다의 미적 특색을 갖추고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 되어 생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스크바에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마야콥스카야역이 있다면, 우리에겐 경복궁역이 있다. 청와대·정부서울청사·광화문광장에 이르기까지 수도 서울의 심장을 가득 품고 역사(驛舍)에 역사(歷史)와 민족 고유의 예술 감수성을 숭고히 간직한 우리의 자부심이다. 서울 방문 관광객의 필수 코스인 경복궁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하루 평균 수송 인원 3만9000명, 외국인 승객이 많이 이용하는 역 10위 안에 들며 우리나라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첨병이다.
이번 복원이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 이상의 가치를 남기길 바란다. 건축물로서 경복궁역이 가지는 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내외국인에게 사랑받는 문화적 랜드마크로 시민과 함께 살아 숨 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유산은 보존을 넘어 많은 이들이 향유하며 기억과 기록으로 퇴적될 때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조선시대 옥좌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벤치는 경복궁역의 아름다움을 배가하는 실용적인 조각 작품이 되어 휴식과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경복궁역에 이어 2호선 아현역과 충정로역도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역으로 탈바꿈을 준비 중이다. 천장이 주저앉고 냉방시설도 없던 낡은 공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미술관으로 알려진 스웨덴 스톡홀름 지하철처럼 그간의 지하철역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거듭난다. 서울지하철이 다양한 문화적 층위를 반영한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 주목받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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