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2세들 동상이몽…신동국 회장 리더십 시험대 올라

허지윤 기자 2024. 7.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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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일가 장남 임종윤 “대주주 갈등 종식”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형제와 경영 상의한 것 아냐”
그래픽=손민균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연대를 부각하며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업계는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국 회장이 “형제와 구체적으로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이다.

앞서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지분 일부를 신 회장에게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한미약품그룹이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앞으로 신 회장이 한미그룹의 경영권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고 조직의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지, 공언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할 수 있을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동국 회장 “형제 경영 참여 논의 안 했다”

10일 오전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은 대주주 간 분쟁의 종식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신 회장과 전날 만났다는 임종윤 이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약품그룹의 가족 간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됐다”면서 “한미그룹은 신 회장과 송영숙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단일 경영권 집단’을 구성하며 51% 과반의 지분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임종윤 이사 측은 “(신동국 회장이) 형제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책임 경영과 전문경영, 정도 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임종윤·종훈 형제의 경영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임종윤 이사 측이 밝힌 ‘화합과 연대’의 의미를 두고 신동국 회장과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 측은 이날 오후 “장·차남과 뜻을 모아 합의를 이루기로 한 것은 맞지만 경영에 대해 세부적으로 상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신 회장 측은 “보도자료 세부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고, 보도된 이후 임 이사 측이 낸 보도자료 내 일부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라고 얘기했다”며 “함께 연대해 같이 일을 해보자고 했지만 세부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임종윤 이사와 신동국 회장의 말이 다르자 업계에서는 경영권이 넘어갈 위기에 처한 임종윤 이사 측이 섣불리 여론전을 펼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형제 측 손을 들어줬지만, 지난 3일 송영숙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지분 약 1600억원 규모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최대주주인 신 회장도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창업주 2세 역할 미지수…신 회장 리더십이 관건

신동국 회장은 아직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의 대표이사 유지·변경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 등 창업주 일가 2세의 경영 참여 여부와 역할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한미약품그룹 측도 “논의를 거쳐 추후 설명하겠다”고 했다.

현재 송영숙 회장만 경영에서 퇴진하고 2세들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있다. 지난 3일 법무법인 세종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일부 지분을 신 회장이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과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송 회장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고,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송 회장은 퇴진하지만 장녀 임주현 부회장은 회사에 남는다.

신 회장이 모녀 측과 다시 손을 맞잡으면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계획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각자 대표 중심의 2세경영 체제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그동안 모녀와 형제가 대립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양측이 그리는 기업의 방향성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임종윤 이사의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이 불발됐고, 한미약품이 임 이사가 최대주주인 코리그룹과 북경한미(한미약품 중국법인)의 부당 거래 의혹에 관해 내부 감사에 착수한 점도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음을 보여줬다.

한미약품그룹 안팎에서는 회사의 미래는 사실상 신 회장의 의지와 리더십에 달렸다고 본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현재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 세 사람의 생각이 다 다르다”며 “서로가 양보를 해야 하는데 이를 신동국 회장이 조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율이 안되는 부분은 신 회장이 기존 경영진들과 함께 논의해 한미약품그룹을 위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국 회장 측은 “세부적으로 결정된 게 없고, 경영진 구성을 비롯해 합의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했지만, 앞서 송 회장과 신 회장이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맺은 계약에는 한미그룹의 경영에 관한 비공개 세부 사항들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계약 사항을 번복하거나 경영권 분쟁 구도를 다시 크게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창업주 일가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게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의 뜻”이라며 “어서 조직을 안정화해 한미의 사업 계획을 힘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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