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훈칼럼] 푸른 산호초의 소환

송성훈 기자(ssotto@mk.co.kr) 2024. 7. 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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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tto."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유명해진 대사로만 알았다.

MBN 한일가왕전을 통해 유명해진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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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모범국가 한국과 일본
둘다 인구감소가 최대 복병
이젠 시장통합 고민 해볼때
양국 제도·규제 조율이 절실

"Ditto."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유명해진 대사로만 알았다. '나도' 또는 '동감이야' 정도의 뜻으로. 그랬던 내가 뉴진스의 히트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6월 말 도쿄돔 공연부터다.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공연 영상을 보니 멤버 하니가 일본을 제대로 흔들어놨다. 푸른 줄무니 티셔츠에 하얀색 스커트를 입고 무대 위로 올라온 하니의 첫 소절이 나오자 환호성이 터졌다. 일본의 원조 아이돌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1980년 노래 '푸른 산호초'였다. 얄미울 정도로 영악한 선곡이다.

일본 사람은 실제로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도쿄에 사는 일본인 친구는 오리콘 뉴스 하나를 공유해줬다. 대략 내용은 이랬다.

일본 경제가 최고로 좋았던 시절에 유행했던 노래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반응했다. 단숨에 1980년대 세계 2위 경제대국에 대한 향수에 빠져들었다. 팬클럽에 '뉴진스 오지상(아저씨)'들이 쏟아져 나타날 만했다. 오사카 출신의 다른 일본인 친구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메보시(매실 장아찌) 도시락이라는 게 있다. 하얀 쌀밥 도시락 한가운데 다른 반찬 없이 빨간 우메보시 하나를 박은 건데 일장기와 모양이 똑같다. 일본 사람들은 전쟁 후 모든 것이 부족해 아껴 쓰며 견뎌냈던 시절을 떠올린다. 1980년은 잿더미에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일본을 상징한다." 거품 붕괴 이후 오랜 기간 일본 경제가 지지부진한데 '푸른 산호초'는 찬란했던 그 시절을 단숨에 소환시켰다는 설명이다.

뉴진스는 이번 공연 하나로 일본 대중음악계 주류로 바로 올라섰다. 그동안 그 누구도 뚫지 못했던 한류의 무풍지대 40·50대 일본 남성들까지 파고들었다.

뉴진스를 보면서 이제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시장, 하나의 경제권으로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과거에는 이런 주장이 나오면 일본 경제에 일방적으로 흡수될 뿐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져서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이 앞선 분야도 많다. 일본을 앞지른 국민소득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도를 펼쳐보자. 도쿄를 출발해 부산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아시안 하이웨이 1번 도로를 따라 1억7750만명 시장이 열린다. 부산은 한일 공동경제권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부산을 중심으로 도쿄까지 반경 1000㎞ 이내에만 인구 100만도시가 11개가량 펼쳐진다. 시장 볼륨이 커지면 기회도 덩달아 늘어난다. MBN 한일가왕전을 통해 유명해진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가 그렇다. 오랜 기간 무명 가수였던 그가 나이 50세를 넘겨 출연한 한국 가요 프로그램에서 최근 인기를 얻자 일본에서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다양성의 힘이자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교우위에 따른 사회적 후생 증대다.

하나의 시장으로 성숙하려면 선제 조건이 있다. 양국 간 산업 기준과 규격을 맞추고 절차(규제)를 최대한 비슷하게 해야 한다. 한국에서 하듯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하고, 도쿄에서 물건을 팔 때처럼 부산에서도 별 제약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양측 산업계와 정부, 지자체가 만나 수시로 조율만 잘해준다면 커다란 비용 없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모범국이지만, 동시에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와 저성장이라는 고통을 함께 겪고 있다. 하나의 시장은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양국 정치인들의 얄팍한 선동이 변수지만 이제 잘 먹히지도 않는다. 한국 정치권도 한물간 '토착왜구'를 떠들 게 아니라, 양국 청년들을 응원해주며 'Ditto'를 외쳐주자. 일본에 대한 열등감도 기성세대에서나 민감했지 요즘 젊은 층에는 없다. 자신감 가져도 된다.

[송성훈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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