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냉전, 사이버방산에 큰 기회"
新위기 극복, 글로벌 협력 필요
尹 "기술개발 지원 강화할 것"
"AI, 뉴스페이스와 6G 및 양자 등 파괴적 신기술의 등장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상상 못하는 세상이 됐다."
임종인 대통령실 사이버특별보좌관(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10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13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 기조연설자로 나서서 "급변하는 기술로 인해 사이버보안 분야에 새로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보보호의 날은 사이버위협 예방과 국민 정보보호 생활화를 위해 2012년부터 매년 7월 둘째 수요일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이날 행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이 주최하고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주관했다.
임 특보는 특히 AI의 이점 활용과 더불어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AI가 공격자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오픈소스로 배포되는 소프트웨어(SW) 중에는 악성코드가 담긴 경우도 적지 않다. 오픈모델 등을 가져다 파인튜닝해서 맞춤형 AI 앱을 만들 때 백도어가 숨겨진 것을 어떻게 알아낼 것이냐도 숙제"라고 밝혔다.
임 특보는 디지털 냉전 또한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최근 북한과 밀착해 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축적해온 사이버작전 경험을 전수한다면, 가뜩이나 강한 북한의 사이버전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새로운 냉전 구도가 사이버방산이라 할 수 있는 정보보호 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동 보안 시장의 10%만 차지해도 현재 관련 수출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짚었다.
새로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도 화두로 제시됐다. 이날 영상으로 기조연설에 참여한 디미트리 쿠즈네조프 미국 국토안보부(DHS) 차관은 "디지털은 경계가 없다. 어느 한 사건이 복합적인 영향을 주는 국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진화하는 위협과 보안문제에 맞설 수 있는 길"이라며 사이버공간으로 확대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했다.
쿠즈네조프 차관은 "AI도구를 활용한 사이버범죄는 이제 작게는 도시, 크게는 한 국가의 행정을 마비시킬 수 있다. 누구나 어디서든 이런 범죄를 자행할 수 있으니 조기에 파악해야 한다"며 "회사들은 이런 위험을 책임지지 않는다. 한미협력을 통해 사이버테러에 맞서는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필 베네블스 구글클라우드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와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가 위기극복을 위한 민관협력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강화로 지키는 모두의 신뢰'를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서는 정보보호 유공자 시상식과 국제 정보보호 컨퍼런스, 정보보호 우수 제품 전시회 등이 진행됐다. OECD 글로벌 디지털시큐리티 포럼 및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 네트워크(CAMP) 등 글로벌 행사도 열렸다. 현장에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왕윤종 국가안보실 3차장, 윤오준 국정원 3차장 및 국내외 정보보호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대독축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AI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과 공공이 각각의 경험과 사이버 위협 정보를 유기적으로 공유하는 범국가적 협력체계가 작동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지난 2월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통합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사이버위협을 선제적으로 식별해 예방하는 '공세적 방어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정부는 AI, 우주, 양자의 시대를 대비해 사이버보안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국가 사이버안보의 미래를 책임질 우수 인재를 적극 양성해 나갈 것"이라며 "정보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소기업과 일반 국민이 디지털 기기와 SW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일상 속 사이버보안 강화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보보호 유공자 시상식에서는 국가 디지털신분증 도입 및 발전에 핵심 역할을 수행한 김의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이 수여됐다. 순수 국내 기술로 웹방화벽과 시큐어코딩 솔루션을 개발해 국내 SW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김진수 트리니티소프트 대표, 안보기관용 암호장비 개발과 국가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는 데 노력한 이도훈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에게 각각 국민포장이 수여됐다.
또한 대통령 표창은 정보보호를 위해 노력해온 유공을 인정받은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 안효민 사이버작전사령부 공군대령, 박영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방송통신주사에게 각각 수여됐다. 이 밖에도 사회 곳곳에서 정보보호를 위해 노력해온 이들과 단체들에 국무총리표창(5점)이 수여됐다.
국제 정보보호 컨퍼런스에서는 산·학&·연 전문가들이 '정보보호의 미래전략', '글로벌 보안 위협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표와 토의가 이뤄졌다. CISO콘서트를 새롭게 구성해 기업 관점의 정보보호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사례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정보보호 제품 전시회에는 총 19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해 정보보호 제품을 전시하고 첨단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를 운영했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주최하는 '제5차 OECD 글로벌 디지털시큐리티 포럼'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총 33개국, 2개 기관이 참여했고 △오픈소스SW: 기회와 도전 과제 △더욱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위한 협업 △디지털 보안에 대한 규제 접근 방식 등을 주제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포럼을 통해 회원국 간 모범사례와 한계점 등을 상호 공유해 향후 각국 정책 수립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사이버보안 분야 국제 공조 강화를 위한 'CAMP' 행사에는 총 15개국의 해외 정보보호 관련 부처·기관 담당자가 참석했다. 'AI기반 사이버복원력: 랜섬웨어 위협에 대한 방어 강화'를 주제로 연례회의 및 역량강화 세미나, 고위급 양자회담 및 비즈니스 쇼케이스 등이 마련됐다. 우리나라 사이버보안 선진 기술을 홍보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 기회를 마련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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