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팔로워 880만···K뷰티 글로벌 팬덤이 성공비결 [스케일업 리포트]
영어로 영상 제작●해외팬 생겨
마인드눅 통해 팬덤 세계관 구축
북유럽·印 등 新시장 성공 진출
뷰티도 반도체처럼 사이클 있어
실시간 변화하는 트렌드 발맞출
'조직력' 확대해 경쟁력 확보해야
“반도체 산업에 사이클이 있는 것처럼 뷰티 시장도 유사한 흐름이 있습니다. 약 10년 전 중국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한 후 최근 ‘K뷰티’라는 이름으로 미국·일본 등에서 주목을 받으며 두 번째 사이클에 진입했습니다. 세 번째 흐름이 올 때는 현지화에 성공한 K뷰티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최근 트렌드가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
박성호(사진) 위시컴퍼니 대표는 10일 서울 강남구 위시컴퍼니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반도체처럼 화장품도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숙련된 근로자가 필요한 노동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조직’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0년 박 대표가 설립한 위시컴퍼니는 스킨케어 화장품부터 영상 콘텐츠,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등 뷰티와 관련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대표 스킨케어 브랜드로는 ‘디어, 클레어스’, ‘바이위시트렌드’ , ‘이엘엠티’ 등이 있다. 2013년 유튜브를 시작으로 인스타그램·틱톡 등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위시트렌드 TV’라는 이름으로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1년부터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트렌드’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하며 다소 주춤했던 위시컴퍼니는 지난해 세계적인 K뷰티 인기에 힘입어 북유럽·인도 등 신규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72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아프리카·중동·동유럽 등 K뷰티 영향력이 아직 크지 않은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최고 매출 경신 기록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위시컴퍼니의 성공 비결로 ‘팬덤’을 꼽았다. 회사 설립 초반 블로그를 통해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던 위시컴퍼니는 2013년 위시트렌드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어 SNS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인스타그램·틱톡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그 결과 현재 유튜브 구독자 수는 180만 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SNS 채널 구독자 수는 880만 명에 육박한다. 박 대표는 “K팝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도 팬덤이 존재하는 게 중요하다”며 “유튜브·틱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동한 결과 많은 많은 해외 팬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시컴퍼니의 스킨케어 브랜드들은 매출 90% 정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할 정도로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설정한 위시컴퍼니는 콘텐츠 대다수를 영어로 제작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튜브 채널 운영 초반부터 영어로 뷰티 팁을 전달하고, 구독자와 소통해 왔다”며 “이외에도 팬덤을 구축하기 위한 재미 요소를 섞어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위시컴퍼니는 뷰티 카테고리를 넘어 ‘웰니스’로까지 콘텐츠 영역을 확대했다. 그는 “2021년 론칭한 웰니스 콘텐츠 브랜드 ‘마인드눅’은 시청자들의 휴식과 마음 건강을 위해 음원·영상 등을 제공한다”며 “틱톡에서 주목을 받으며 현재 250만 명 이상의 글로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마인드눅을 통해 뷰티가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도 위시컴퍼니 만의 팬덤 세계관을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시컴퍼니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의 경우 현지에 직원을 파견하고, 각 국가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박 대표는 “2010년 중반에는 유럽에 위치한 드럭스토어에 직접 찾아가 매장 직원들에게 직접 제품 특징을 설명한 적도 있다”며 “나라별로, 또 유통 채널별로 판매 방식이 세분화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엠버서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위시컴퍼니의 강점인 콘텐츠 제작을 비롯해 전반적인 마케팅 방식을 현지 상황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시컴퍼니가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팬덤을 형성하는 데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소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유는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얻기 위해서다. 직접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다양한 반응이 해당 국가 뷰티 시장를 이끄는 새로운 트렌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한 국가에서 반응이 좋았거나 나빴던 제품들을 파악하면서 현지 특성에 맞게 제형, 성분 등을 조정하고 있다”며 “제품부터 마케팅 방식, 또 콘텐츠까지 현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마케팅 방식 세분화와 제품 현지화를 강조하는 까닭은 현재 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하나의 큰 유행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국내 뷰티 브랜드만 3만 개, 해외까지 합하면 수십만 개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3년 전 시작된 K뷰티 상승 사이클이 끝난 후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지 브랜드로 인식되는 게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화장품 시장은 트렌드가 몇 달에 한 번씩 바뀌는 만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이들의 직접적인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현지 시장 안착을 위해 박 대표는 공격적인 신규 시장 진출을 통한 외연 확장보다 회사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을 분석하고,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조직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비재 산업에서 소비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수행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조직”이라며 “실시간으로 변하는 뷰티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사진=오승현 기자 stor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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