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146㎜ 기록적 폭우…“거리가 강처럼 변해 대피 엄두 못내”
10일 새벽 한 시간 동안 146㎜ 폭우가 쏟아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의 김성래 이장(70)은 동아일보에 이렇게 말하며 우려했다. 그는 “마을 15가구가 침수됐는데 물살이 너무 강해 대피할 엄두조차 못 냈다”며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산비탈을 타고 내려온 물줄기까지 더해져 거리가 마치 강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중부와 남부를 집중적으로 때린 기록적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건물이 침수되면서 인명, 재산 피해가 늘고 있다.
● 한 시간에 110㎜ 퍼부은 충남 피해 속출
충북에서도 피해가 잇달았다. 오전 5시 4분경 옥천군 옥천읍 삼청리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하천으로 떨어졌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거센 물살 탓에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남성은 오전 7시 38분경 숨진채 발견됐다.
대구 북구 조야동에서는 오전 8시 8분경 한 농로의 배수용 원형 통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밭에 나왔다가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농로로 빨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 신고도 잇달았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오전 5시 27분경 농막 컨테이너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 범곡저수지가 범람한 탓에 119 구조대는 산길을 돌아 2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컨테이너에 홀로 살던 71세 남성이 실종된 것을 확인하고 드론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이 남성의 차량이 침수된 채 발견됐다.
● 고립된 주민들 구조, 금강휴게소 물에 잠겨
대전 서구 용촌동에서는 주택 27채가 물에 잠겨 주민 36명이 한때 고립됐다. 대전소방본부는 오전 10시경 주민 전원을 보트에 태워 구조했다. 대전 중구 유등천을 가로지르는 왕복 8차선 유등교는 다리 중간이 내려앉아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충남 논산 벌곡면 한 마을도 침수돼 주민 30여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오전 4시 11분경 장선천이 넘쳐 주민 18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소방 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충북 영동천과 소옥천, 금강(양강교) 등에는 홍수 경보가 발령됐고,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강물에 침수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무궁화호, ITX-새마을호의 장항성(천안~익산)과 경북선(김천~영주)은 이날 오후 6시까지 운행이 중단됐고, 충북선(조치원~봉양)도 오전 9시까지 운행을 중단했다. 산림청은 오전 3시 40분부로 대구, 대전, 세종, 충북, 충남, 경북, 전북 지역에 산사태 경보 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을 발령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산사태 토사유출, 교량침하 등으로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은 391건으로 집계됐다. 주택 침수, 차량 침수, 옹벽 파손 등의 피해를 본 사유 시설은 146건이다. 농작물 침수 피해 규모는 969.2㏊로 늘었고, 유실·매몰된 농경지는 44.9㏊로 파악됐다. 일시 대피한 이재민은 2585세대 3568명으로 집계됐다.
서천=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옥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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