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평생 이런 난리 처음"…쏟아진 빗물에 제방 무너져 아수라장[르포](종합)
10여년 전 쌓은 제방 무너져 마을 덮치는데 30여분
완주군 가능 중장비 총동원…피해 커 수일 걸릴 듯
[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밤 사이 비가 쏟아지면서 인근 하천이 범람해 운주면이 아수라장이 됐다.
등에 업히고, 고무통으로 필사의 탈출
주민 A씨는 "오전 4시께인가…자다가 깼는데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30여분만에 순식간에 가슴높이로 물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급히 옥상으로 대피해 119에 신고를 했다"면서 "옥상에서 밖을 보니 집안 냉장고는 물론이고 차량도 물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문을 여는데 물이 차서 열리지 않았다"며 "힘겹게 열고 옥상으로 올라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다"고 했다.
소방대원들은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등에 업은 채 침수된 마을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번뜩이는 소방대원들의 기지도 발휘됐다.
구조대원들은 거동이 불편한 주민 B씨를 발견했다. B씨는 한쪽 몸을 움질일 수 없는 '편마비' 증상이 있어 자력으로 대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구조 방법을 고민하던 대원들은 주변을 살피다가 인근에서 큰 고무통을 발견했고 곧바로 B씨를 고무통 안에 태웠다. 구조대원들은 B씨가 탄 고무통이 뒤집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거센 물살을 빠져나왔다.
제방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읍내 덮쳐
운주면 장선천의 제방은 약 10여 년 전 조성됐다. 몇 번의 침수피해가 잇따랐지만 마을 전체가 이렇게 잠긴 적은 없었다고 한다.
운주면 마을주민 C씨는 "내 나이 70살인데 완주 운주면이 이렇게 물바다가 된 것은 처음"이라며 "제방을 조성한 지 10여년밖에 안됐는데 삽시간에 불어난 물이 덮치면서 마을이 초토화됐다"고 말했다.
상류쪽 첫 번째 제방이 무너진 인근 음식점은 마을 주민들이 만들어 놓은 제방다리는 물론 평상까지 덮쳤다. 가든에서 키우던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들은 2층으로 피신해 있었다.
전봇대가 무너져 도로 곳곳을 막고 있었고 각종 바위들도 널브러져 차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였다.
비닐하우스와 마을 역시 쑥대밭이 됐다.
제방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B씨는 "집을 좀 높게 지었길래 망정이지 조금만이라도 낮았다면 집안으로 물이 들이닥쳤을 것"이라며 "집 앞에서 키우는 비닐하우스는 초토화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평소라면 방문객들로 가득차야할 장성천 인근 가든은 가장 큰 제방이 순식간에 불어난 물로 무너졌다. 이후 하류에도 제방으로 조성된 엄목마을까지 덮쳤다.
하지만 장선천으로 넘친 물은 읍내를 뒤덮는데 단 30분도 채 안걸렸다.
운주면의 운주중학교 앞에는 평소 주민들이 이용하던 게이트볼장이 있었지만 일대가 모두 잠겨 있었다.
운주중 앞 도로에는 떠내려온 각종 나무와 부유물 돌 덩어리들로 당시 물이 넘치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특히 일부 구간의 도로는 유실됐다. 어떤 안전조치도 되지 않아 당장이라도 도로가 무너질 것만 같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하천과 인도를 나눈 안전난간대에는 하천이 넘치면서 떠내려온 유실물로 가득했다.
학교도 피해가지 못한 수마
내부는 더욱 심각했다. 전날까지도 아이들이 뛰어놀고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던 교실은 물바다가 돼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복도는 진흙으로 가득차 미끄럽기까지 했다.
가용 장비 총동원, 복구 수일 걸릴듯
운주면으로 들어가는 입구 곳곳에 도로를 막고 있던 바위와 돌들을 치워가면서 중장비가 진입하고 있다.
또 마을 침수, 제방 유실 등으로 초토화가 된 곳에는 물을 빼거나 장비를 동원해 토사를 퍼내는 등 응급복구가 진행 중이다.
마을 주민들도 물과 진흙을 계속 퍼나르면서 복구에 전념하고 있다.
마을 깊숙히 자리잡은 곳인 만큼 도로 상태도 편도 1차로 내지 폭이 좁은 도로마저 유실된 곳도 있어 복구차량이 진입하기 복잡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복구작업에는 수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cjk971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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