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왜 시라카와 '1500→3400만원' 대폭 인상해줬나…"독립리그 기준 적은 연봉은 아닌데"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우리나라 선수 기준으로 보면 400만엔(약 3400만원)이 그렇게 비싸지 않지만, 시라카와가 뛰는 일본 독립리그 기준으로는 또 적은 연봉은 아니거든요."
두산 베어스는 10일 일본 독립리그 출신 일본인 우완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와 총액 400만엔에 계약했다. 두산은 지난달 브랜든 와델이 왼어깨 견갑하순 부분 손상 진단을 받고 6주 이상 이탈이 불가피해지자 대체 외국인을 알아봤고, SSG 랜더스와 6주 계약 만료를 앞둔 시라카와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라카와는 지난 5월 SSG와 6주 총액 180만엔 (약 1500만원) 조건에 사인하고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시라카와는 KBO 역대 최초의 대체 외국인 선수였고, 제도 도입 첫해에 2개 구단과 계약을 하는 또 하나의 최초 사례를 남겼다.
두산이 시라카와와 계약 관련 협상을 진행할 때 고려한 건 크게 2가지였다. SSG에서 실력은 검증이 됐다는 판단 아래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더 이어 갈 의지가 있는지, 한국에 남는다면 얼마를 줘야 할지를 두고 고심했다.
두산은 SSG가 시라카와와 결별을 확정했을 때 시라카와의 에이전트를 통해 한번 더 대체 외국인으로 뛸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다. 협상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10일 스포티비뉴스에 "에이전트에 물었을 때는 시라카와가 한국에서 더 뛸 준비가 돼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와 계약할 생각이 있다고 했고, 시라카와의 의사를 확인한 뒤에 계약을 추진했다. 웨이버 공시 선수로 규정에 따라 순서를 기다려서 지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에이전트에 어떤 상황인지는 확인을 하고 KBO에 선수 영입을 신청했다. 본인이 웨이버를 거부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도 해서 먼저 의사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금액은 무조건 SSG에서 뛸 때보다는 더 챙겨주는 게 당연했다. 얼마나 더 인상된 금액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두산은 시라카와가 SSG에서 충분히 KBO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판단해 2배 이상 인상된 금액인 400만엔을 제시했다. 두산은 SSG에 지급하는 이적료 300만원까지 더하면 시라카와에게 우리 돈으로 약 3700만원을 투자한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사실 우리가 금액을 책정하기까지 조금 어려웠다. 미국 쪽에서 오는 선수라면 한 달에 10만 달러라는 그런 기준이 있는데, 그렇다고 시라카와에게 180만엔을 기준으로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한국에 와서 2승2패를 했고, 평균자책점은 높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검증이 돼서 우리가 데려오는 선수니까. 그런 것은 어느 정도 조금 보전해줘야 되지 않나 의견을 모아 책정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어 "SSG에 이적료 300만원은 어차피 규정에 따라 줘야 하는 돈이고, 우리가 연봉을 지급하면 시라카와도 독립리그 구단에 약간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것들까지 다 고려해서 400만엔이라는 금액에 포함한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를 기준으로 따지면 그리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일본 독립리그 쪽을 기준으로 보면 적은 연봉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라카와의 가장 큰 장점은 당장이라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즉시전력감이라는 점이다. 시라카와는 SSG 소속으로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2패, 23이닝,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⅓이닝 8실점(7자책점)으로 한 차례 크게 무너져 평균자책점이 5점대로 높긴 하나 나머지 경기는 모두 5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막았다. 덕분에 하위권을 전전할 위기에 놓였던 SSG는 현재 5위로 순위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두산은 시라카와와 계약을 발표하면서 "시라카와는 속구와 슬라이더, 포크,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갖춰 선발투수로 적합한 유형이다. 아울러 KBO리그에서 꾸준히 선발로 던지며 적응을 마쳐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라카와가 SSG에 이어 두산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를 이어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최종 꿈인 일본프로야구(NPB) 진출을 조금 더 빨리 이루기 위해서다. 시라카와는 8일 그의 원소속팀인 일본 독립리그 시코쿠 아일랜드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와 인터뷰에서 "일본 독립리그에서와 달리 KBO리그에서는 타자들이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수준 높은 타자들과 대결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NPB 진출을 위해 KBO 구단과 계약했고, KBO리그를 경험하면서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NPB 수준에 어울리는 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두산 관계자는 "아무래도 본인한테 KBO리그가 좋은 경험이다. 오늘(10일) 시라카와의 원소속팀 구단주도 우리 사무실에 와 있는데, 일본 독립리그를 알리는 선수기도 해서 일본 쪽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더라. 이게 다 본인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상황들이니까. 본인도 기대가 큰 것 같다"며 "오늘 사무실에 시라카와가 왔는데 긴장을 많이 했더라. 같이 대화를 나누고 밥도 먹으면서 이제 많이 풀어진 것 같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시라카와는 SSG에서는 43번을 달았지만, 두산에서는 11번을 단다. 두산에서 기존 등번호 43번의 주인은 에이스였던 라울 알칸타라였는데, 알칸타라가 최근 웨이버 공시되면서 새로 영입한 조던 발라조빅이 43번을 이어 받기로 했다.
시라카와는 11번을 받고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발라조빅이 43번을 달게 되어서 우리가 있는 번호가 11번인데 괜찮냐고 물으니 번호가 너무 좋다고 하더라. 본인은 43번보다 11번이 더 좋다고 하더라"면서 원하는 좋은 등번호를 달고 두산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 가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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