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수신료 모두 외면"…KBS 노사 치열한 공방전
수신료, 진행자 교체 및 인사,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 등 각종 현안들을 두고 KBS 노사간 대립각이 점차 커지고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로 재정 위기가 전망되는 가운데 KBS 박민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KBS본부)에 수신료 통합징수법 제정을 위한 TF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4일 수신료 통합고지를 위한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자 다수 노동조합(이하 노조)인 KBS본부는 법안 통과를 위해 KBS 내 노조, 협회 등 모든 단체들과 사측에 TF팀 구성을 제안했다.
지난 9일 KBS본부는 "사내 각 조합과 협회가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사측만 TF 참여를 거부했다. 박민 사장은 지난 2분기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TF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라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박 사장은 "현재로서는 KBS가 시청자나 국민들이 보내신 질책에 대해서 충분한 반성과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받은 사람이 스스로 나서서 '나는 경고도 못 받겠고 질책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시청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해당 법안과 관련해 "입법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행위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수신료 분리고지의 책임을 내부로 돌리고, 이를 바로 잡을 법안 처리에는 손 놓고 있겠다는 것"이라며 "사측이 국회 제출을 위해 준비한 수신료 통합징수법안 의견서에도 유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이라면 공영방송 사장이 사실상 수신료 통합징수법안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짚었다.
또 "KBS 사장이 수신료 분리고지를 원천 무효화 할 수 있는 법안 제정에 손을 놓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위기를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가. KBS를 정상화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회사를 살리는 데는 관심이 없는 사장은 더 이상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수신료 통합징수법안에 대한 입장만으로도 박민 사장이 공영방송을 정상화 시키고 수신료를 제대로 지켜낼 생각이 없음이 증명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채상병 특검법 보도를 두고도 양측은 한 차례 격돌했다.
KBS본부는 지난달 24일 비판 검증 없는 대통령 정책보도와 같은 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생중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정례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 안건으로 제시했다.
사측은 대통령 정책보도는 안건으로 수용했으나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는 "야당의 일방적 개최라 방송하지 않았을 뿐, 더 할 말이 없다"라며 거부했다는 전언이다. KBS본부의 거듭된 요구에도 사측은 지난 9일 공문을 통해 "특정 정당 단독으로 진행하는 청문회를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하는 것은 객관성, 공정성,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여부도 편성권이므로 공방위 안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KBS본부는 이와 관련해 "채해병(채상병) 특검법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데 집권 여당이 불참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방송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 야당 단독 청문회 개최가 불법도 아닌데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해서 주요 뉴스를 외면하느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10일 재차 입장을 내고 "채상병 사망 건에 대해서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보도본부 수뇌진이 가소롭다. 사측 논리대로라면 KBS를 제외한 한국의 모든 방송사가 객관성, 공정성, 형평성을 상실했다는 말인가"라며 더 이상 채상병 사건을 외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실제 이날 청문회는 종합편성방송을 비롯해 주요 방송사들이 유튜브 생중계를 했으며 KBS는 그동안 국민의힘이 주최하는 각종 단독 행사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편성권이라 공방위 안건이 될 수 없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단협에 따르면 공방위는 공정방송에 관한 편성, 제작, 보도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논의하고 해당 책임자에게 의견을 제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논의를 거부하는 것은 공방위에서 자신들이 다루고 싶은 것만 다루겠다는 것"이라고 일침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갑작스러운 교체, 임명동의제 없는 주요 5국장 인사 등을 놓고도 '갑론을박' 중이다. 사측은 이들 행위가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 판단에 따라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란 입장인 반면 KBS본부는 사측의 인사권, 편성권 인정과는 별개란 주장이다.
사측은 지난 9일 공식 입장을 내고 "KBS본부의 구제신청 사건과 관련해 중노위가 재심을 기각하면서 진행자 교체, 인사 발령, 편성 변경 등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KBS본부가 지난해 11월 박 사장 취임 이후 이뤄진 인사 발령과 앵커·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최강시사' '더 라이브' 등 프로그램의 편성 변경 등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제기한 구제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KBS본부는 "중노위의 기각 판정에 유감"이라며 "KBS본부가 사측과 중노위 심문을 받고 있는 시각에 '사측에 힘이 실렸다'라는 간부의 공지가 올라왔는데, 사측은 중노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기각 될 것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며 이와 관련해 KBS본부는 노동위원회에 질의를 통해 확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중노위는 기각판정을 알려왔을 뿐이지 그 판단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작성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서를 미리 볼 수 있는 권한이라도 있는지 급하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심지어 심문과정에서 어떠한 심의위원도 사측의 인사권과 편성권을 인정하는 발언이 없었음에도 자의적으로 보도자료 내용을 기입해 배포한 것은 기망행위"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 같은 출연자 교체·인사가 단체협약과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지만 역시 상고심에서 기각됐다.
사측은 "우리 손을 들어줬다"는 입장이지만 KBS본부는 "모두 KBS본부의 당사자성을 문제 삼아 각하, 기각한 것"이라며 "초심과 상고심 판결문 어디에도 사측이 주장하듯 회사의 단체협약을 위반하면서 행사한 인사권과 편성권에 대해 판단을 내린 바 없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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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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