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투세 시기조절론에…개미들 “유예는 무슨, 빨리 폐지해주시라고요” [투자360]
[헤럴드경제=서경원·신동윤 기자] ‘이재명이 금투세 유예할거 같은데 코스닥 ㄱㄱ(고고)?’, ‘유예한다고 좋은게 아님...없애야지’, ‘(금투세) 폐지하면 뽑아준다고!!’ (10일 한 온라인 투자게시판)
전면 시행까지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고 있는 민주당의 대권주자 이재명 전 대표의 입에서 도입 시기에 대한 재검토 발언이 나와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행 유예가 아니라 폐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전 대표는 10일 8·1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선언 기자회견 자리에서 금투세와 관련, “(증권)거래세와 연동돼 있었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도입)시기 문제에 있어 고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나라 주식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 주가지수가 올라가고 있는데, 대한민국 주식시장만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시는 많은 국민들께서 억장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증권 시장에서 14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늘어난 개인 투자자의 이해와 직결되는 데다, 연말 ‘세금 폭탄’을 피하려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세가 나타날 경우 증시 급락에 따른 자본시장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금투세가 내년 1월부터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투자를 줄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민 1375명을 대상으로 ‘금융투자현황과 활성화방안 대국민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이렇게 답하면서다. 이번 응답자의 88.1%는 현재 국내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투세는 금융투자 수익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투자자가 수익 중 22%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과세 제도다. 금융투자 수익이 3억원을 초과할 경우엔 세율이 27.5%로 늘어난다. 당초 지난해 1월부터 금투세가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여야가 합의해 내년 1월로 시행 시점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금투세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이를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차질 없이 시행하겠단 입장을 보여왔다. 국회에서 주요 쟁점 사안으로 금투세가 다뤄질 것으론 보이지만, 하반기 중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금투세는 내년 1월부터 자동 시행되게 된다.
금투세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학계와 증권업계 등에선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마다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5월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한 번 좌절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금융소득의 사다리마저 걷어찰 심산인가”라며 금투세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 증시에선 장투(장기 투자) 비중이 기존보다 더 낮아지고, 투자자들의 단타(단기 투자) 성향이 더 강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이익이 5000만원에 이르지 않을 때 주식을 팔고 또 다시 매수하는 단기매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전체 거래액의 80%가 단기매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13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데이트레이딩(당일매매)’ 거래량은 총 1020억9774만주로 전체 거래량(1752억3760만주)의 5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투세 시행 전에도 국내 주식시장 거래의 절반 이상이 단타매매인 상황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뜻이다.
금투세가 개인 투자자의 ‘독박 과세’란 의견도 나온다. 외국인·기관 투자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오직 한국인 개인 투자자에게만 부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들도 지난 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간담회에서 “투자자·자본시장·증권업계 등 각각의 측면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금투세 도입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금투세 관련 세부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전산개발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장 내년 시행에 맞춰 준비하기 어려운 현실을 강조했다. 세금 관련 편의성 측면에서 대형증권사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이탈도 예상된다는 점도 토로했다.
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에서도 금투세에 따른 개인 이탈로 기업 자금 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 섞인 시선도 있다. 금투세 시행 시 채권은 250만원을 넘어서는 매매 차익에도 최대 27.5%의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 투자자는 장외시장에서 23조100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개인의 채권 보유 총액도 올 상반기 54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금투세 부과 전 보유한 채권을 매도해 차익에 대한 비과세를 누리려는 개인 투자자의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향후 신규 채권 매수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잠재적 영향”이라고 꼬집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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