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참사' 벌써 잊었나…빗물받이에 꽁초 '수북', 뚜껑까지 덮어[르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층에 사는데 우리 집에도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차서 조금만 더 역류했어도 큰일 날 뻔했어."
형광 조끼를 입고 길거리에서 담배꽁초를 주운 뒤 쓰레기통으로 가져가던 진모씨(65)는 "길바닥에서 줍는 담배꽁초 양보다 빗물받이에 버리는 사람들 수가 훨씬 많다"며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쌓이면 폭우가 왔을 때 역류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다. 피해를 보고 나서 알면 뭐 하겠냐"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층에 사는데 우리 집에도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차서 조금만 더 역류했어도 큰일 날 뻔했어."
10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최모씨(72)는 2년 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022년 8월 수도권에 발생한 집중호우로 신림동 한 반지하 주택에 물이 순식간에 차올라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최씨는 침수된 집과 같은 골목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당시 쓰레기와 함께 물이 역류했다"며 "요즘도 흡연자들이 빗물받이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데 걱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자가 이날 찾아본 신림동 일대 빗물받이 50곳 중 절반 이상은 각종 쓰레기로 가득차 있었다. 빗물받이는 빗물을 하수구로 보내주는 설비다. 쓰레기, 토사 등으로 막힐 경우 배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림동 한 주택 지하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70대 전모씨는 "하수구에 꽁초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한두 명이 피우는 게 아니라서 구청도 관리하기 힘들 것이다. 역류하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형광 조끼를 입고 길거리에서 담배꽁초를 주운 뒤 쓰레기통으로 가져가던 진모씨(65)는 "길바닥에서 줍는 담배꽁초 양보다 빗물받이에 버리는 사람들 수가 훨씬 많다"며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쌓이면 폭우가 왔을 때 역류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다. 피해를 보고 나서 알면 뭐 하겠냐"고 밝혔다.
빗물받이 안에는 대부분 담배꽁초가 들어있었다. 낙엽이나 담뱃갑, 찢어진 종이도 보였다. 빗물이 들어가는 틈새에 담배꽁초가 끼어 있는 경우도 자주 보였다.
어떤 빗물받이는 나무판자로 된 발판으로 덮여 있었다. 악취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였다. 석쇠 형태의 철판을 내부에 덧대 놔 그 위에 휴지 등 쓰레기가 쌓인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행위는 불법이다. 하수도법에 따르면 공공하수도를 손괴하거나 그 기능에 장해를 줘 하수의 흐름을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지자체는 주기적으로 빗물받이 관리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저지대인 신사동·조원동을 포함해 1년에 2~4회 전문 기기를 도입해 쓰레기를 흡입하고 세정하고 있다"며 "환경지킴이나 어르신 일자리 근무자 등을 동원해 상시 빗물받이를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불법으로 설치된 덮개가 발견되면 곧바로 철거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상시 철거 외에도 한 달에 1번 '덮개 수거의 날'을 정해 주민센터 등과 함께 순찰을 하며 제거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구청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외에도 폭우 때 역류를 막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담배꽁초 외에도 하수가 흐르고 침전물들이 생기면 배수를 막을 수 있어 사전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배수가 막히면 역류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실망" 이 말 끝으로…'클럽서 스킨십' 들킨 정준영, 돌연 잠적? - 머니투데이
- '이혼' 한그루, 아이들 생각에 '울컥'…"아빠 집 가려 짐 챙길 때 뭉클" - 머니투데이
- 제니 태운 차, 불법주차 하더니 "딱지 떼도 돼"…실내흡연 논란에 과거 소환 - 머니투데이
- 3800만원 빚에 전세사기 당하고도 유흥비 펑펑…호구남편에 '폭발' - 머니투데이
- 박지윤 '파티' 저격했던 최동석 "난 아이들 만날 때 스케줄 안 잡아" - 머니투데이
- 오영실 "남편이 불륜 의심, 베개 집어던져 가출 생각"…무슨 일 - 머니투데이
- 개그맨 이동윤, '250억' 폰지 사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 - 머니투데이
- 과즙세연, 방시혁→래퍼 김하온…빛삭한 사진 "무슨 사이?" - 머니투데이
- 메모리 집중·파운드리 속도조절…삼성 HBM, 적과의 동침 고민도 - 머니투데이
- 젤렌스키 "쿠르스크에 주둔한 북한군 늘었다…1만1000명"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