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대박” 김포 재력가 회장님…놀라운 투자 비결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미국에 워렌 버핏 있다면 국내에는 이 분이…”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럽던 한미약품그룹의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가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경영권 갈등은 오너가(家) 모녀와 형제가 나뉘어 치열한 싸움을 벌였는데 결국 화해 국면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개인 최대 주주로 주목을 받았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최종 승자가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9일 한미그룹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회동 후 경영권 분쟁 종식을 선언했다. 신 회장 측은 “창업주 임성기 전 회장은 물론 배우자 및 자녀 일가로부터 두루 신뢰를 받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중심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됐던 가족간 분쟁이 종식되고 한미약품그룹은 결속과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모녀도 형제도 모두 함께 뜻을 모아 '모두가 승리하는' 차세대 한미의 탄생을 맞이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 회장과 임 이사는 전문경영인과 함께 공동경영의 뜻을 내비쳤다. 사실상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미그룹의 경영권 갈등은 좀처럼 가늠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 갔다. 상속세 재원 마련으로 촉발된 모녀와 형제간 갈등은 지난 1월 한미그룹이 OCI그룹과 통합 발표로 시작됐다. 형제측이 그룹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모녀와 형제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때 캐스팅보트 역할로 주목받은 이가 신 회장이다. 당시 신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1.52%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모녀와 형제 측 지분율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어서 신 회장의 의중이 중요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앞두고 모녀와 형제는 신 회장 설득에 나섰고 결국 신 회장이 형제측 편을 들면서 경영권은 형제로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갑작스럽게 송 회장과 신 회장이 주식매매와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경영권은 모녀측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모녀는 지분 6.5%를 신 회장에게 넘기면서 송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신 회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형제의 경영상 문제점이 많다”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형제측과 화해를 하면서 공동 경영에 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이 형제와 모녀측으로 왔다갔다 했다”며 “신 회장이 오락가락 하면서 그의 존재감이 커진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되면 신 회장의 존재감은 지금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신 회장이 가진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모녀 측 지분까지 사들이면 18.92%까지 높아진다. 여기에 신 회장은 한미약품 지분 7.7%도 보유하고 있다.
1950년생인 신 회장은 김포 출신으로 임성기 창업주와 같은 고향이면서 통진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지난 2000년 한미약품이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동신제약 지분 60만주를 사서 한미에 넘겼다. 그리고 2010년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출범할 때 임성기 회장 권유로 420억원 투자해 지분 12.5% 사들였다.
신 회장은 고향인 김포에서 알아주는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85년 창업한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 한양정밀이 꾸준히 성장하며 부를 쌓았다고 한다. 공동 창업자들의 지분을 사들이며 한양정밀 지분 100%를 가진 최대주주가 됐고 계열사인 한양에스앤씨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 가현은 아들인 신유섭 사장과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지난 2020년 한양정밀이 1130억원의 배당을 했는데 100% 지분을 가진 신 회장이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에는 한미약품 주식 일부를 팔아 330억원을 벌기도 했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2016년 고급 아파트 한남더힐을 분양 받았는데 91평형 매매대금 65억원을 현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한미사이언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2조2800억원대이며, 한미약품 시가총액은 3조8700억원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6조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420억을 투자해 14년만에 6조원대 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임성기 창업주와 인연으로 투자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신 회장의 투자가 기가 막히게 대박이 난 셈”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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