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때려잡은 류희림 체제 방심위, 홈쇼핑 중징계는 급감
류희림 임명 전후로 법정제재 82.6% 감소… 행정지도는 24.6% 증가
심의 규정 반복 위반에도 행정지도… "심의 기준 일관성 있어야"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된 후 홈쇼핑에 내려진 법정제재가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류희림 위원장 임명 전후 10개월간 홈쇼핑 법정제재 건수를 비교하면 23건에서 4건으로 82.6% 감소했다. 어떤 이유에서 홈쇼핑에 대한 법정제재가 줄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류희림 위원장 취임 전후 10개월간 홈쇼핑을 심의하는 광고심의소위원회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법정제재 건수가 대폭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제재인 행정지도가 증가했다. 정연주 전 위원장 해촉 후 허연회 위원이 광고소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법정제재 82.6% 줄었다… “광고소위, 기업에 관대”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체제 광고소위는 2022년 1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법정제재를 23건(경고 3건, 주의 20건) 결정했다. 행정지도는 69건(권고 64건, 의견제시 5건)이었다. 반면 류희림 위원장 임명 후인 2023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홈쇼핑에 내려진 법정제재는 주의 4건에 그쳤다. 대신 행정지도 권고와 의견제시가 증가했다. 최근 10개월간 행정지도는 24.6% 증가한 86건(권고 70건, 의견제시 16건)이다. 법정제재와 행정지도를 합산한 전체 심의 건수는 90건(2건 감소)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방심위 결정은 낮은 순부터 행정지도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 주의, 경고, 관계자 징계 또는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과징금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중징계로 인식되는 법정제재는 홈쇼핑 재승인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허연회 소위원장 직무대행은 미디어오늘에 최근 홈쇼핑사가 심의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법정제재가 줄어든 것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허 직무대행은 “홈쇼핑이 대체적으로 규정 위반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매출 하락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심의 규정을 잘 지키고 있다고 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다.
반면 방심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위원장 교체 후 광고소위에서 솜방망이 제재가 내려진 측면이 있다”며 “정연주 위원장 체제에선 보도 등 일반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지만, 홈쇼핑 등 상품판매방송에 대해선 소비자 권익을 고려해 무거운 제재를 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 광고소위는 기업의 자유와 관련해 관대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정치적 심의는 최소화하고, 상업적인 부분에 대해선 면밀한 심의를 해야 한다는 게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방송심의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이에 정확히 반하는 심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류희림 위원장 취임 후 홈쇼핑에 대한 법정제재 건수가 줄어든 것에 대해 “심의 기준의 일관성이 있어야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생기는 건데, 사람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면 올바른 심의라고 볼 수 없다. 왜 법정제재 건수가 줄었는지, 기준이 달라진 게 있는지, 어떤 논의 과정이 있었는지 방심위가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홈쇼핑 심의 규정 위반 반복되는데 “유사사례 따라 권고”
홈쇼핑에 법정제재를 내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홈쇼핑이 같은 심의 규정을 반복 위반하면 법정제재를 결정할 수 있다. 실제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6개 홈쇼핑 대표이사를 만나 “심의규정 위반이 반복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엄중히 심의·제재해 나갈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류희림 위원장 경고 후에도 광고소위가 홈쇼핑의 심의규정 반복 위반에 행정지도를 결정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홈쇼핑은 온라인에서도 동일한 조건에 구매할 수 있는 신발 판매방송에서 “방송에서만 이 가격”이라고 반복 고지하고 “방송이 지나면 백화점 가격으로 돌아간다”고 발언해 지난 1월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광고소위는 KT알파가 이와 같은 문제를 반복해 법정제재 주의를 받은 것을 언급하면서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현대홈쇼핑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시 법정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3월 현대홈쇼핑이 신발 판매방송에서 같은 규정을 위반했다는 안건이 올라왔고, 광고소위는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행정지도 권고 이유는 “익숙한 사안이고 같은 내용으로 권고를 많이 의결을 했기 때문”(김우석 위원), “유사 사례에 따라서”(허연회 직무대행) 등이다.
CJ온스타일은 일반 식품에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발언해 행정지도 권고를 반복적으로 받았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9월 식품 판매방송에서 제품에 소량 함유된 성분(프로시아니딘B2)이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방송해 행정지도 권고를 받았다. 광고소위는 해당 방송이 “홈쇼핑은 근거가 불확실한 표현이나 성분, 재료, 함량, 효능 등에 있어 시청자를 오인하게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상품소개 및 판매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5조3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광고소위는 지난 4월 CJ온스타일이 다른 식품 판매방송에서 같은 규정을 위반해 심의 대상에 올랐음에도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유사한 사안에 대해 다른 잣대가 적용된 경우도 있다. 광고소위는 2022년 11월 속옷 판매방송에서 “생방송에서만 최초, 최다 혜택” 등 사실과 다른 표현을 사용해 구매를 유도한 CJ온스타일에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광고소위는 “시청자가 같은 조건으로 구매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채 구매의사를 결정하였을 개연성이 상당하다”며 “기존 유사 심의사례에 대해 제재한 바 있음에도 한정판매와 관련된 사안을 재차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 체제 광고소위는 CJ온스타일이 사실과 다른 한정표현을 사용했음에도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10월 화장품 판매 방송에서 “2023년 막바지 생방송이다. 오늘 다 나가면, 내년에 사야 한다”고 했다. CJ온스타일은 이후에도 같은 상품을 판매했다. 광고소위는 지난 2월 “기존 유사사례와의 형평성을 감안한다”며 권고를 내렸다.
롯데홈쇼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방심위는 2022년 5월 건강기능식품이 구토, 식욕감퇴, 메스꺼움 등 소화장애 증상을 개선하고 위 건강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방송해 법정제재 주의를 받았다. 건강기능식품에 함유된 원료가 위 건강에 효과가 있는 것인데, 제품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방송한 점이 문제로 꼽혔다. 하지만 광고소위는 지난 2월 건강기능식품이 경도인지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개한 롯데홈쇼핑에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과거 유사사례와 비교했을 때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의견제시 결정 이유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용해진 건 맞다”며 “심의위원회가 후반으로 갈수록 제재 수위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소명이 상대적으로 잘 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초 현대홈쇼핑 쇼호스트의 욕설 논란으로 홈쇼핑사들이 주의를 한 경향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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