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VIP한테" 녹음파일 파장…VIP 누구? 구명 로비 실체 있나
'취임 50일' 오동운 공수처장 첫 '시험대'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더해졌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VIP'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소장)의 구명 로비를 했다는 녹음파일이 나오면서다.
이 전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임 전 사단장의 '해병대 골프 모임 의혹'의 당사자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김 여사의 이름까지 거론되면서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취임 50일째를 맞은 오동운 공수처장이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 외압 의혹에 소환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핵심 인물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제보자 A 변호사 통화 녹음파일에는 '임 전 사단장이 사표 낸다고 B(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며 "이 ×× 사표 낸다고 그래가지고 내가 못 하게 했거든.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원래 그거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거잖아"라면서 "내년쯤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이라며 군 장성 인사 개편과 임 전 사단장의 승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와 그 가족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이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가지려고 해 이전부터 임 전 사단장과 인연이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반면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를 전혀 모른다고 부인하고 있다.
◇VIP는 누구? 尹 대통령·김 여사·해병대 사령관?
구명 로비는 이 전 대표가 말한 'VIP'가 누구냐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VIP는 대통령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격노설' 등으로 윤 대통령이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로 수사 기록을 이첩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4회, 신범철 차관과 3회,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1회 통화한 것으로 확인돼 외압 행사 당사자로 의심받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 일가의 계좌를 관리했던 인물이어서 VIP가 김 여사를 지칭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VIP로 김 여사를 지목하고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녹음파일에 나온 VIP는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언론에서 보도된 녹취록은 내 개인 의견이 아니라, 해병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있는 또 다른 멤버인 B(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가 내게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읽은 것"이라며 "마치 내가 구명 로비를 한 것처럼 만든 편집본"이라고 주장했다.
◇ 공수처 수사 확대되나…녹음파일 대화 신빙성 확인 먼저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일부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VIP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 전 대표의 발언 신빙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VIP를 언급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 전 사단장 역시 "구명 로비는 불가능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7월 28일 오전에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보고서를 결재한 시점은 7월 30일, 결재를 번복한 시점은 7월 31일"이라며 "누군가에 의해 소위 구명 로비가 있었다면 늦어도 이 전 장관이 결재를 번복한 7월 31일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의 통화가 8월 9일에 이뤄진 만큼 구명 로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임 전 사단장은 "발신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7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청와대 경호처 출신 B 씨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며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대표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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