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비만藥…국내 후발주자 "얼마나 보단 어떻게 빼는지 중요"

정기종 기자 2024. 7. 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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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막 BIX 2024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적응증 확대 흐름' 세션에 국내사 집결
2030년 비만치료제 100조 이상 시장 전망…선두주자 '위고비·젭바운드' 적응증 확대 잰걸음
국내사는 선도 물질 한계 극복에 초점…단순 식욕 억제 아닌 신진대사 활성화 무게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에 참석한 국내 비만신약 개발사 관계자들이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적응증 확대 흐름'을 주제로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주도하는 GLP-1 치료제가 비만을 넘어 다양한 적응증으로 진화를 시도 중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적응증을 인정받은 심장질환은 물론, 다양한 대사질환과 뇌질환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추격자인 국내사들 역시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와 파킨슨병 등 적응증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비만 영역에선 '얼마나'보다 '어떻게' 살을 빼는지에 집중해 차별화를 노린다.

10일 국내 주요 GLP-1 비만신약 개발사들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4'에 마련된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적응증 확대 흐름' 세션에서 관련 적응증 변화 흐름과 각 파이프라인의 강점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을 비롯해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 김종균 프로젠 대표,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행사 좌장은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상임고문이 맡았다.

해당 기업들은 현재 국내를 대표하는 GLP-1 비만치료제 개발사들이다. 한미약품은 GLP-1과 GIP(위억제 펩타이드)·GCG(글루카곤) 작용을 최적화한 차세대 삼중작용제 'HM15275'의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동아에스티와 프로젠 역시 GLP-1에 각각 GCG, GLP-2를 접목한 이중작용제를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MASH와 파킨슨병 공략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30년 100조원 규모 시장이 전망되는 GLP-1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국내사들은 후발 주자다. 가장 빠른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미약품이 진행 중인 '에페네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이 오는 2026년 상반기 종료 예정이다.

때문에 국내사들은 각 사별 파이프라인 차별화에 중점을 뒀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대비 높은 체중 감량 효과는 물론, 단순 수치 감소를 넘어 양질의 감량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식욕 억제를 기전으로 요요 현상이 불가피한 치료가 아닌 근육손실은 줄이면서 건강하게 살을 빼는 치료제임을 강조하는 식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은 "현재 비만약은 체중감량 숫자만으로 경쟁하지만, 앞으로는 감량의 퀄리티(질)도 중요하다"며 "HM15275는 전임상에서 위고비·젭바운드 대비 높은 감소에도 신진대사를 올리는 기전으로 지방감소 중심 양질의 감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은 "위고비·젭바운드 등 기존 치료제의 감량 효과가 15~20%에 이르지만 기본적으로 식욕억제를 매개로 해 미충족수요는 여전하다"며 "활성 밸런스에 중점을 둔 회사 DA-1726은 식욕을 억제하면서 대사를 증진시키는 기전으로, 동물실험에서 체지방량은 감소하고, 근육량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차별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GLP-1/2 이중작용제를 개발 중인 프로젠의 김종균 대표는 주사제를 넘어선 경구용 제제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 회사는 경구제 특화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라니 테라퓨틱스와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현재 앞선 연구를 통해 기존 치료제 대비 향상된 혈당 강하 및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한 'PG-102'(국내 2상 중)의 경구제형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라니는 높은 제형화 성공률로 물질을 보유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의 기업인데 프로젠과 협의 두 달 만에 계약을 체결할 만큼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며 "아직 연구가 초기 단계지만, 월 1회 제형의 계열 내 최초신약 개발에 대해 대표이사로서 자신감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디앤디파마텍은 국산치료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다. 디앤디파마텍은 GLP-1 계열 경구용 비만약은 물론, MASH와 파킨슨병 치료제 등을 개발 중인 기업이다. 앞선 파킨슨병 치료제(NLY01) 임상 2상에선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지만, 지난 3월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은 MASH 치료제 'DD01'은 임상 1상서 4주 투약으로 50% 수준의 간 지방 감소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DD01은 현재 미국 임상 2상 계획을 승인받은 상태다.

이슬기 대표는 "이미 GLP-1 제제가 MASH 분야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도출될 임상 결과 등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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