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로 밀어붙인 중우정치”···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 거부한 8가지 이유

민서영 기자 2024. 7. 10. 16: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캠프 H. M. 스미스의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방문, 의장 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서에서 특검법을 두고 “다수결 제도가 가지는 약점인 중우정치와 정치적 악용”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위헌 요소가 있는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한다”고 밝혔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공개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요구서’를 보면, 제출자인 윤 대통령은 8가지 이유를 들어 특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첫 번째 이유로 특검법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과 민주주의 원리를 크게 훼손한다”며 국회법과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을 인용했다. 그는 “특검법은 국회법에 명시된 제정법률안에 대한 20일간의 숙려기간조차 준수하지 않은 채 법안 발의일로부터 불과 35일 만에 야당에 의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출입문 봉쇄로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야당 의원들이 여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결정문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헌재가 “국회법 54조 규정은 형식적인 의사·의결정족수 충족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모든 위원회의 구성원에게 출석의 기회가 보장된 상태에서 자유로운 토론 기회가 부여되는 것을 전제한다”고 한 판시를 인용했다. 국회법 54조는 상임위원회 의사·의결 정족수 조항이다.

윤 대통령은 또 2019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관련 권한쟁의심판 결정문도 인용했다. 해당 결정문은 “국회의 입법과정에는 구성원인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참여, 토론, 숙의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심의 과정이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다수결은 늘 다수 의견의 오류 가능성과 정치적 악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 없이 ‘법대로’를 주장하며 다수결로 밀어붙이게 되면 다수결 제도가 가지는 약점, 즉 ‘중우정치’와 ‘정치적 악용’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고 밝혔다. 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특검법은 다수결이 가지는 중우정치와 정치적 악용의 문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의 두 번째 이유로 특검법의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이 야당에만 부여돼있고 임명 간주 규정까지 있어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의 특별검사 제도에 관한 헌법적 관행마저도 무너뜨리고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추천권이 부여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모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수사 대상을 고발한 정당이라 특별검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은 특별검사는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정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하고, 특별검사에게 이미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법에 포함된 실시간 언론브리핑 규정과 특검 실시 기간·인력, 수사대상이 되는 공직자의 특검 수사 방해 금지 및 회피 의무 규정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인권 보장과 헌법 수호의 책무를 지닌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통해 위헌적 법률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라며 “따라서 위와 같이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