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만에 한번 내릴 비"···1시간에 130mm 쏟아져 5명 사망 1명 실종

김창영 기자 2024. 7. 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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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충청권에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큼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200년 빈도는 200년에 한 번, 100년 빈도는 1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비의 양이다.

보통 소하천·지방하천·국가하천 제방이 2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에 대비하도록 축조되는 점을 고려할 때 200년 빈도는 엄청난 양이다.

기상청은 "군산·금산·추풍령에 200년에 한 번 꼴 수준의 강수 강도로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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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전북에 역대급 물폭탄]
군산·금산·추풍령에 200년만 폭우
1시간만에 1년치 비 10% 쏟아져
기록적 폭우에 사흘동안 5명 사망
완주 주민 18명 고립됐다가 구조
소방대원들이 10일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 하천 범람으로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소방청
[서울경제]

전라·충청권에 200년에 한 번 내릴 만큼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지역 주민들은 난생 처음 보는 물폭탄에 속수무책으로 고립됐고 사망·실종자가 잇따랐다.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단계를 격상하며 비상 태세에 돌입했지만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데다 야행성 폭우까지 심해지면서 대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일 기상청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시간당 강수량 기준으로 전북 군산(131.7㎜), 충남 금산(84.1㎜), 충북 추풍령(60.8㎜)에서 200년 빈도, 경북 구미(58.3㎜)에서는 1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고 밝혔다. 200년 빈도는 200년에 한 번, 100년 빈도는 1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비의 양이다.

보통 소하천·지방하천·국가하천 제방이 2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에 대비하도록 축조되는 점을 고려할 때 200년 빈도는 엄청난 양이다. 군산에 내린 비의 경우 97개 기후 관측 지점을 통틀어 집계 사상 최고치이자 군산 연 강수량(1246㎜)의 10%에 달한다. 기상청은 “군산·금산·추풍령에 200년에 한 번 꼴 수준의 강수 강도로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밤사이 대전·충남에 시간당 최대 111.5㎜의 폭우가 쏟아져 전날에 이어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중대본 가동 이후 이날 오후 6시까지 사흘간 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사망자는 충북 옥천, 충남 서천·논산·금산, 대구 북구에서 각각 1명씩 발생했으며 충북 영동에서는 실종자 1명을 수색 중이다. 집중 호우로 공공시설 560건, 사유시설 258건이 파손됐다. 농작물 침수 969.2헥타르, 농경지 유실·매몰 44.9헥타르 등 1014.1헥타르 규모의 농작물·농경지 피해도 발생했다.

한 주민이 10일 폭우로 산사태가 나면서 전북 군산시 성산면의 한 아파트로 내려온 토사를 걷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마을 주민이 한꺼번에 고립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는 이날 새벽 면사무소 인근의 장선천이 넘쳐 18명이 고립됐다. 고립된 주민들은 대부분 70∼80대의 고령자로 옥상으로 대피하거나 배관 기둥에 매달려 간신히 구조됐다. 충남 논산 벌곡면·강경읍의 마을도 침수돼 주민 수십 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대전에서는 서구 용촌동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낙동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침수위험지구 등에 거주하는 경남 거창군·합천군·의령군·진주시 등 4개 시군 76가구 94명은 밤새 마을회관·경로당·교회 등으로 사전 대피했다. 금강에도 홍수경보가 발령돼 충북 영동군은 누교·명천저수지 둑 붕괴 우려에 따라 저수지 아래 거주하는 3가구를 대피시켰다.

폭우가 쏟아진 10일 대구 동구 동촌 둔치 공영주차장 일대가 금호강 범람으로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열차와 여객선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한국철도공사는 이날 첫차부터 무궁화호와 ITX새마을 등 일반 열차 운행을 일부 중지하거나 조정했다. 장항선·경북선·충북선·경부선·호남선의 몇몇 구간에서도 일부 운행이 멈췄고, 제주·포항 등에서는 여객선과 항공기가 결항돼 승객들이 피해를 입었다.

밤사이 호우경보가 확대되자 행정안전부는 이날 새벽 2시 30분부터 중대본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호우 위기경보 수준도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이상민 중대본 본부장(행안부 장관)은 “중앙 부처와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재난 대응에 임해달라"며 “하천변 산책로, 지하차도, 하상도로 등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위험 기상 예보시 선제적으로 통제해달라”고 말했다.

오후 들어 전국적으로 호우 특보가 해제됐다. 이에 따라 밤 8시부로 중대본 2단계가 해제되고 위기경보 수준이 ‘관심’으로 하향됐지만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행안부는 충북·충남·전북·경북 등 4개 시도에 재난 안전 특별교부세 35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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