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미친왕" 민주당 후원자들 낙담…공화당서 되레 완주 응원

송지유 기자 2024. 7.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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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TV토론 폭망 후 첫 의원총회…
2시간 비공개 회의에도 해법 못 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앤드루 W.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는 민주당 안팎의 압박에도 완주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이해 당사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후보 교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고, 민주당 '큰손' 기부자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공화당은 대선 승리에 대한 확신에 차 있는 분위기다.

"끝까지 간다" 바이든 의지에 '지지'로 돌아선 기류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블룸버그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대선 후보 TV 토론(6월27일) 완패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 후보에 대한 논의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도 이날 오찬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민주당 전국위 빌딩에서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현장 분위기는 우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체로 의원들의 자유 발언을 듣는 자리였고, 회의장 밖으로 발언 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등 기기 반입이 금지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9일(현지시간)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대선 후보 TV 토론(6월27일) 완패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 후보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대선 후보 TV 토론(6월27일) 완패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 후보에 대한 논의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AP=뉴시스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등 들불처럼 번지던 사퇴론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비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거론했던 일부 의원들이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완주 의지를 드러낸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두 장 분량의 이 서한에는 "각종 추측에도 끝까지 선거를 치러 트럼프를 이기겠다는 것이 나의 굳은 결심"이라며 자신을 대체할 후보를 찾는 논의를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MSNBC 방송에 출연해 "내가 출마해선 안된다는 사람은 전당대회에서 도전하라"며 "나의 건강 상태를 문제 삼는 이야기들은 나를 미치게 한다"고 화를 냈다. 자신에 대한 후보직 사퇴 요구로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만 유리해졌다고도 주장했다.

"바이든 완주는 러시안룰렛" 돌아선 큰손들…공화당은 표정 관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뉴시스
문제는 민주당 내 여론이 분열되는 등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완주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의원들끼리 모여 후보직 사퇴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이지 바이든을 둘러싼 고령·건강 등 이슈가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여론이 한 페이지로 모아졌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스티브 코헨(테네시) 의원은 "우리는 같은 책에도 없다"며 분열된 당내 여론을 시사했다. WSJ은 상원의원 오찬 모임 참석자들은 대부분 기자들과 대화를 거부했고 일부는 낙담한 듯 보였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민주당을 후원했던 기업인 등 큰손 기부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다양한 해명과 굳은 각오도 분열된 지지자들을 붙잡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했던 억만장자 개발업자 릭 카루소,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월트디즈니 상속녀인 애비게일 디즈니 등은 대선 후보를 교체할 때까지 민주당에 대한 기부를 중단하기로 했다.

민주당의 한 거액 기부자는 "바이든과 그 팀이 세계를 걸고 위태로운 '러시안룰렛'(회전식 연발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전직 고위 위원은 "후보를 바꾸지 않으면 민주당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며 "완주 의지가 확고한 바이든은 미친왕"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AFPBBNews=뉴스1

공화당은 바이든의 완주 강행 의지를 반기면서도 자칫 민주당의 대선 후보 교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민주당이 젊은 대선 후보를 내세울 경우 트럼프의 백악관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바이든을 계속 후보로 둔다면 민주당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민주당이 젊고 활기찬 후보로 교체한다면 공화당에 비상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그만두겠다고 직접 말하지 않는 한 민주당은 수정헌법 25조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정헌법25조는 부통령과 내각 구성원이 현직 대통령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뒤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 대행에 나설 수 있는 법안이다. 바이든에 충성 맹세를 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할 가능성이 낮아 사실상 바이든의 완주를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얘기다.

"어떤 실수도 용납 안돼"…나토정상회의 정치 시험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선거 유세를 위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전용기에 오르기 전 경례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장에선 바이든의 재선 포기 가능성을 40%로 보고 대선 레이스를 이어간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브라이언 가드는 수석 워싱턴 정책전략가는 "자존심 강한 바이든은 언론과 민주당 일부 사람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주변의 우려에도 완주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75주년 기념 정상회의가 바이든의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달 말 민주당의 대선후보 공식 지명을 앞두고 진행되는 중요한 외교 무대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각국 정상들과의 회의와 오찬, 11일 기자회견을 한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영국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와는 양자회담이 계획돼 있다. WSJ은 나토 정상회의 기간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그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전 세계가 미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할 것이라고 짚었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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