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습격’에 전북 피해 속출…“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져”
도내 곳곳서 주택·농경지 침수,산사태…전봇대 꺾여 ‘전쟁통’
소방당국, 고립 주민 구조…5개 시·군 농작물 344.1㏊ 침수
(시사저널=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10일 새벽 전북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장맛비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군산 어청도는 이날 1시께 시간당 146㎜ 폭우가 내려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90년 7월 28일 이래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200년에 한 번 나타날 기록적 폭우로 추정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익산 함라도 최다 기록인 시간당 125.5㎜가 쏟아졌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0∼12시 누적 강수량은 익산 함라 264㎜, 익산 여산 224.5㎜, 군산 209.5㎜, 무주 129㎜, 전주 72.3㎜, 진안 70㎜, 장수 58.2㎜, 임실 33.4㎜ 등이다. 도내에 내려졌던 호우경보, 주의보 등 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비는 앞으로 5∼40㎜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물 폭탄'에 놀란 가슴, 어청도 주민들…"70년 평생 이런 폭우 처음 봐"
이날 새벽 한 시간 만에 146㎜라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비가 내린 군산 어청도에서도 15가구가량이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그나마 인명 피해가 없어 안도했지만 유례없는 폭우에 밤새 뜬눈으로 마음을 졸였다. 주민들은 마치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굵은 장대비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고 전했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는 군산에서 배로 2시간가량 걸리는 섬으로 청일전쟁 후 일제강점기인 1912년 축조된 어청도 등대가 국가 등록문화재(제378호)로 지정됐다. 현재 250명이 거주하고 있다.
어청도 이장 김성래(70)씨는 "70년 평생 이런 폭우는 처음 봤다. 물 덩이로 갖다 부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폭우를 바라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며 "정말 순식간에 비가 쏟아져 정신이 아찔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군산 시내 피해도 컸다…곳곳 침수, 도로 마비
군산 시내의 피해도 컸다. 시간당 130mm의 폭우가 쏟아지며, 흙탕물이 들어찬 시내 도로 곳곳이 마비됐다. 이날 새벽 성산면 야산의 토사가 주변 빌라로 밀물처럼 유입돼 주민 22명이 경비실로 긴급 대피했다.
나운동의 한 아파트 주민 26명도 산사태 우려로 지인의 집이나 행정복지센터로 겨우 몸을 피했다. 야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는 이 아파트 앞 도로까지 침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동, 나운동, 월명동 등 군산 도심의 상가, 주택, 주차장에도 물이 들어차 진흙 범벅이 됐다. 주민들은 유입된 물을 바깥으로 퍼내면서 세간살이를 하나둘 건져냈다.
완주 운주 장선천 제방 유실…고립 주민 18명 구조
이처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완주에서 저수지 사면 유실 1건, 제방 유실 3건, 교각 유실 1건이 접수됐다.
군산에서는 17건의 주택 침수 신고가 들어왔으며 군산, 익산, 진안, 고창, 부안 등 5개 시·군에서 344.1㏊의 농작물(벼·논콩 등) 피해가 접수됐다. 전북도는 시간이 지나 비가 잦아들면 피해 접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도는 예상했다.
특히 이날 오전 4시 11분께 운주행정복지센터 인근 장선천의 범람으로 운주면과 경천면 일대 마을이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집 옥상 등 높은 곳에 올라가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 18명을 순차적으로 전원 구조했다.
대부분 70∼80대의 고령의 주민들은 휴대전화만 들고 간신히 집에서 빠져나왔으며 한 80대 노인은 배관 기둥에 매달려 간신히 구조됐다.
다만 소방 당국은 대피한 주민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현장에서 추가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장선천이 흐르는 인근 엄목마을에서는 제방 유실로 농막으로 쓰이던 컨테이너가 넘어지고 전봇대가 쓰러져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진안에서는 4개 세대의 주민 6명이 이날 새벽 산사태 우려에 마을 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전북도, 피해상황 예의주시…"신속하게 응급 복구"
전북도는 이날 새벽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3단계로 격상,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주, 남원, 김제 등 5곳의 둔치주차장과 지하차도 2곳, 국립·도립·군립공원 탐방로 12곳, 30개 하천의 산책로 43개 구간, 아래차로(언더패스) 16곳을 통제됐다.
김관영 도지사는 도청에서 장마 대처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앞서 내린 비로 지반이 약해져 있는 만큼 산사태 우려 지역, 급경사지는 물론 낙석 등 토사 붕괴가 우려되는 시설은 꼼꼼히 점검해달라"며 "응급 복구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여전히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도내 재해 취약지역을 지속해서 관찰하고 있다"며 "비가 그치면 신속한 피해 조사와 응급 복구로 주민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46개 학교도 피해…4곳 휴업·단축수업
학교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46개 학교가 침수와 시설물 파손, 누수, 토사 유출 등의 피해를 봤다.
완주 운주초와 운주중 등 2곳에서는 운동장과 교실이 물에 잠기거나 급류에 담장이 일부 쓸려나갔다.
익산 웅포초와 성당초, 군산의 아이세상유치원과 대성중, 진안 주천중 등 9개 학교는 강당, 교실, 급식실 등이 침수되고 펜스 등이 무너져 내렸다.
이밖에 익산 고현초와 완주 상관초 및 삼례중, 김제 청하중 등 20여개 학교에서는 교실, 기숙사, 급식실 등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익산이 19곳으로 가장 많고 완주 9곳, 군산 6곳, 정읍 4곳, 김제와 부안 각각 2곳 등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가 물에 잠긴 운주초와 운주중은 이날 휴업에 들어갔고 군산 중앙중과 대성중은 단축수업을 했다.
전북교육청은 비상 체제를 유지하며 이들 시설물을 응급 복구하는 한편 추가 피해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또 각급 학교에 안전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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