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임시 부두, 고장·수리 반복하다 결국 철수키로

김서영 기자 2024. 7.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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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트럭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앞 임시 부두에서 구호 물자를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반입하기 위해 미국이 설치했던 임시 부두가 고장과 보수를 여러 차례 반복한 끝에 영구 해체될 예정이다. 도입 당시부터 제기됐던 안정성 및 운반을 둘러싼 우려를 끝내 넘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여러 미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임시 부두를 재설치해 며칠 동안 사용한 후에는 영구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계자들은 해상 구조물에 쌓인 구호 물자를 치워 가자지구 해안으로 옮긴 후에는 부두를 해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5월17일 가자지구 서쪽 앞바다에 임시 부두를 띄우고 해안과 연결했다. 육로를 통해 가자지구 안으로 구호물자를 반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약 2억3000만달러(약 3200억원)를 들여 바다를 통한 운송을 택한 것이다. 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지난 3월 연방의회 연설에서 공개된 구상으로, 당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임시 부두가 8~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명목상으로 반입된 물자량만 놓고 보면 성과를 거두긴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약 2개월 동안 임시 부두를 통해 하역된 구호물자는 약 8800t으로 추정된다. 이는 트럭 500대 분량이며, 가자지구 전쟁 이전을 기준으로 하루 동안 가자지구로 들어간 양에 맞먹는다.

문제는 안정성이었다. 임시 부두가 제대로 운영된 날은 20일도 채 되지 않는다. 거친 파도와 바람이 큰 장애물이었다. 부두는 운영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흐른 지난 5월25일 강풍과 파도에 손상돼 철거됐으며, 지난달 7일 다시 연결됐으나 14일 악천후로 운영을 멈췄다. 이후 부두가 다시 열렸으나 지난달 28일 또다시 중단됐다. 그러면서 구호 활동가들 사이에선 임시 부두의 운명이 7월을 넘기지 못하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형성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이 가자지구 앞바다에 건설한 임시 부두를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촬영한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또한 가자지구 해안으로 들여보낸 물자가 정작 가자지구 내부에서 제대로 운송되지 못했던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탓에 구호물자를 안전하게 옮길 수 없어, 대부분은 배분되지 못하고 해안에 하역돼 쌓이기만 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EP)은 이스라엘군이 자국 인질 4명을 구출하며 팔레스타인인 274명을 사살한 이후인 지난달 9일 물자 호송을 한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북부 가자시티에서 다시 지상전을 벌이기 시작하며 위협이 더욱 커졌다.

임시 부두 구상에는 처음부터 회의 섞인 시선이 따라붙었다.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적고, 운송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위기를 타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육로를 개방하도록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것인데, 임시 부두를 설치하면 압박이 흐려진다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줄리엣 투마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대변인은 “더 쉽고 빠르고 효율적이며 더 저렴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필요한 건 정치적 의지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공세를 시작한 이후 구호물자의 육송 배분이 급격히 줄었다. UNRWA에 따르면 가자지구에 들어오는 트럭 수는 5월 840대, 6월 756대로 줄었으며 이달은 6일까지를 기준으로 18대에 불과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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