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사망·2명 실종’ 폭우 인명피해 속출…‘16글자’ 尹 지시사항 도마에

일부 지역 유례 없는 극한호우 쏟아지며 인명·시설피해 확산
순방 떠난 尹 ‘한 줄 지시’ 비판 커지자…10일 공문엔 보강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7월10일 새벽 시간당 100mm가 넘는 극한 호우가 쏟아진 충남 서천군 한산면 단상리의 주택가가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에 파묻혀 있다. ⓒ 연합뉴스

충청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기록적 폭우에 인명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수일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가운데 전국적으로 도로와 하천·제방이 무너지고 침수된 곳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피해가 커지면서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16글자' 지시사항도 도마에 올랐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지난 8일 이후 현재까지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역대급 호우가 쏟아진 충청 지역에서 5명 나왔고, 대구에서도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는 충북 지역에서 1명 추가 발생했으며, 전날 경북 경산에서 실종된 40대 여성 택배기사는 이틀째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침수된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승강기 안에서 남성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지하 2층에 멈춰 있던 승강기 내에서 발견된 이 남성은 "살려달라"며 신고했지만, 당시 지하 1층 높이까지 건물이 침수된 상태여서 구조대원들이 즉각적인 진입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오전 3시57분께 산사태로 인해 주택이 무너지면서 집 안에 있던 7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토사에 매몰된 남성은 1시간30분 만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서도 폭우로 유실된 토사가 조립식 주택을 덮치면서 안에 있던 60대 여성이 숨졌다. 

7월10일 새벽 충청권에 내린 기습 폭우로 충남 논산시 양촌면의 한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충북 옥천군 삼청리에서는 이날 오전 5시4분께 한 둑길에서 승용차가 하천으로 추락, 전복되면서 운전자인 70대 남성이 숨졌다. 신고를 받고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거센 물살 탓에 접근하지 못했고 오전 7시38분께 심정지 상태의 운전자를 구조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옥천에서는 지난 8일에도 50대 남성 1명이 산 비탈면이 붕괴되며 쏟아져 내린 10톤 규모의 토사에 깔려 숨졌다. 

대구 북구에서는 60대 남성이 불어난 물살에 농로로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이날 오전 8시8분께 사망한 남성의 아내가 농로에 있는 배수용 원형 통에 남편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 남성은 배수로에 낀 부유물을 치우러 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7월9일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문천지에서 소방구조대가 폭우에 실종된 여성을 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급류에 휩쓸려 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도 2명에 대한 수색도 진행되고 있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에서는 농막에서 홀로 거주하던 B(71)씨가 실종됐다. 오전 5시27분께 '농막 컨테이너에 사람이 갇혔다'는 마을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컨테이너가 물에 떠내려간 것으로 보고 인력과 드론 등을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전날 경북 경산에서 실종된 40대 여성 택배기사에 대해서는 이틀째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 인력 240여 명과 장비 30여 대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전날 오전 8시28분께 실종자의 동료로부터 신고를 접수하고 경산시 진량읍 부기천~문천지 일대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택배업에 종사하는 실종자는 급류에 휩쓸리기 직전 동료에 연락해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배달을 못하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현장에 있던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운전 도중 차가 물에 잠기자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피던 중 급류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인명피해가 커지면서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7월8일 해외 순방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남긴 집중호우 관련 '16글자 지시사항'을 담은 공문이 전 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 등 관계 기관에 전파됐다. ⓒ 정보공개포털 캡처

'대비 철저히' 한 줄짜리 대통령 지시사항에 질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지난 8일 순방에 앞서 윤 대통령이 전 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에 전달한 '호우 대비 지시사항'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해당 공문에 명기된 '대통령 지시사항'은 '이번 장마에도 피해 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는 한 줄 짜리 지시가 담겼다. 총 16 글자다. 

시민들은 "대통령부터 재난,재해에 안이한데 공무원들이 긴장하겠나" "16자로 성의 없는 지시만 하고, 문제 생기면 또 일선 공무원에 책임을 떠넘길 것" "충청 지역은 7일부터 누적 강수량이 400㎜에 달해 피해가 엄청난데 대수롭지 않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왜 가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하와이나 나토 정상회의에 굳이 참석할거라면 지시나 준비라도 철저히 시키고 가길" 등 질타가 이어졌다. 

'16글자' 대통령 지시사항을 둘러싼 잡음이 일자 10일 배포된 공문에는 내용이 한층 보강됐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날 각 부처와 기관에 전파된 대통령 지시사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여 인명 구조 및 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시할 것. 산사태 등 위험 지역에서 주민대피를 신속히 실시하고 침수 우려 시설에 대해서는 사전 통제에 철저를 기할 것'이라고 적혔다.